[의료] "MRI 검사에 '척추 경막외 혈종' 나타났는데도 환자 전원시켰다가 다리 마비…의사, 주의의무 위반"
[의료] "MRI 검사에 '척추 경막외 혈종' 나타났는데도 환자 전원시켰다가 다리 마비…의사, 주의의무 위반"
  • 기사출고 2023.07.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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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2시간 이내 수술 받지 않으면 치명적…응급상황 대비 적절한 조치 취했어야"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도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동네병원으로 전원시켰다가 환자의 다리가 마비되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7월 13일 환자 A씨와 자녀들이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배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20다217533 )에서 충남대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의 소지를 인정,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명경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A는 2014년 10월 2일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을 방문했다. 충남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B는 요추 자기공명영상(L-spine MRI) 검사를 시행한 다음 A의 증상을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으로 진단했다. B가 2014년 10월 3일부터 5일까지 휴일이어 담당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을 하지 않고 대증치료를 할 것이라고 설명하자, A는 일단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겠다고 했고, B는 A를 전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당시 A에 대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판독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등도 이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A는 2014년 10월 2일부터 동네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 10월 6일 충남대병원에 다시 내원하여 흉추 9번과 12번 사이의 경막외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하지가 마비되어 기립자세 유지와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이에 A와 A의 자녀들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에 대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등 출혈이 나타났음에도 B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하여 동네 정형외과로 전원조치를 한 것은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 있으므로 여기에 B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B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척추 경막외 혈종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 후 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등에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이 드러나고 환자에게 이와 관련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으로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즉 환자에게 당장의 중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복용중인 약물을 확인하여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하여야 하며,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나타나면 신속히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세밀한 경과관찰을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먼저 B는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요추 자기공명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A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 A가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후 피고 병원에 머문 시간은 약 4시간에 불과하고, 피고 병원에 머문 기간 동안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에 대하여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을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B는 원고 A에 대한 피고 병원의 진료기록이나 응급환자 전원의뢰 및 동의서에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 좌측'이라는 진단명만 기재하였을 뿐 척추 경막외 혈종과 관련한 진단은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B가 A에 대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였으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여 동네 정형외과에 전원조치를 하는 것이었다면,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고 출혈성 약물의 복용 여부에 따라 추후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전원 병원인 동네 정형외과 의료진에게 A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이 세밀한 경과관찰과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또한 A나 A의 보호자에게 당시 척추 경막외 혈종에 대한 A의 질병상태와 척추 경막외 혈종이 더 커지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치료방법 등에 대한 고지와 설명을 시행하여 이들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경과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였으나, B는 동네 정형외과 의료진이나 A와 그 보호자에 대해서 이러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B가 원고 A의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B가 이를 진단하지 못하였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원고 A의 상태에 비추어 보았을 때 B가 선택한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더불어 전원조치를 할 때 척추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원고 A 또는 보호자에게 제공 또는 설명하였는지 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