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레지던스 분양계약 체결 닷새 후 공급계약서 사본 제공 요구 거절은 약관법 위반 아니야"
[민사] "레지던스 분양계약 체결 닷새 후 공급계약서 사본 제공 요구 거절은 약관법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7.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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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급계약서대로 위약금 조항 적용"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3조 2항은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4항에서 '사업자가 위 조항(2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레지던스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고객으로부터 공급계약서 사본 교부를 요구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공급계약서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을까. 

A씨는 2018년 3월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신축 예정인 '송도 랜드마크 푸르지오 시티' 레지던스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 건물 중 5개 호실을 분양받는 각 공급계약을 이 건물의 시행사 겸 위탁자, 분양사업자와 체결하고, 분양사업자의 계좌로 계약금 중 일부인 1,50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인감을 소지하지 않아 서명 · 손도장 방식으로 각 공급계약서와 각서를 작성하면서 사흘 뒤인 3월 31일까지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지참해 문서를 보완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A씨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계약 체결 5일 후인 4월 2일 분양사업자 등의 담당 직원과 통화하면서 각 공급계약서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했는데, 담당 직원은 A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요구를 거절했다.

A씨가 계약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분양사업자 등은 두 차례에 걸쳐 A씨에게 계약금 잔금과 연체료 등을 납부하라는 취지의 최고장을 발송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A씨에게 '각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A씨가 납부한 돈은 분양사업자 등에게 귀속되며 위약금으로 각 호실별로 계약금 잔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분양사업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분양사업자 등이 공급계약서 사본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했으므로 약관법에 따라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분양사업자 등은 A씨를 상대로 위약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맞소송를 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약금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각 호실의 총 공급금액 819,819,400원의 10%인 위약금 81,981,940원에서 A씨가 지급한 1,500만원을 공제한 잔여 위약금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청구를 인용, 피고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피고들이 상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이 체결되고 5일 후 각 공급계약에 관한 문서 사본을 내달라는 원고의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약관법 제3조 제2항 본문에 따른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약관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각 공급계약서와 이 사건 각 변경동의 각서는 각 공급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의 지급시기,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사항 등을 정하고 있는바, 이는 계약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약관법 제16조에 따라 각 공급계약은 전부 무효로 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사업자의 약관교부의무는 계약 체결 시점에 한정하여 적용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고객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약관의 교부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그러나 6월 29일 "원고는 각 공급계약 체결 이후 피고들에게 약관인 계약서 사본 등의 교부를 요구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약관법 제3조 제4항이 적용되는 경우로서 약관법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다248384, 248391).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5다5194)을 인용, "약관법 제3조 제2항, 제4항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의 명시의무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약관법 제3조 제2항 및 제4항의 규정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약관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서 '약관 사본 교부와 관련하여 약관법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 함은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고,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의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계약 체결 닷새 후 사본을 요구한 데 대한 사본 거절이므로 약관법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