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이 주식의 인수자에게 추후 유상증자 등을 할 경우 사전동의권을 부여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되는 등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13일 컴퓨터시스템 제조 · 판매업체인 B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주를 인수하며 유상증자시 사전동의권을 부여받은 A사가 "사전동의 없이 2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니 신주인수계약에 따라 투자금의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 4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B사와 B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C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93213)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평안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A사를 대리했다. 피고 측은 1심은 법무법인 화우, 항소심과 상고심은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A사는 2016년경 B사의 요청에 따라 일체형 컴퓨터를 개발, 생산하여 A사에 판매하기로 하는 위탁생산계약(ODM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16년 12월 6일 A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주를 1주당 10,000원에 인수하기로 약정(신주인수계약)하고, 이틀 후인 12월 8일 B사에 신주인수대금 20억원을 지급하여 B사의 발행주식총수 중 약 5.27%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A사는 당시 B사와, 이후 B사가 A사의 최종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 등을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A사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A사로부터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B사가 A사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A사가 인수한 주식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 등을 부여하고 이에 더해 위약벌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B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C는 또 B사가 A사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 약 2년이 지난 2018년 B사는 A사에 사전에 통지하거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상환전환우선주 16만주와 8만주를 1주당 12,500원에 제3자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했다. 이에 A사가 B사, C를 상대로 투자금의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 43억여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들은 주식상환금 2,365,150,684원에 위약벌 2,000,000,000원을 더한 43억 6,500여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서면동의 약정과 이를 이유로 한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며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자 A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종전 대법원 판결(2018다236241 등)을 인용, "주주평등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 · 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회사가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와 사이에 주식인수대금으로 납입한 돈을 전액 보전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상법 제462조 등 법률의 규정에 의한 배당 외에 다른 주주들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별도의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정한다면, 이는 회사가 해당주주에 대하여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전제하고, "반면 회사와 주주가 체결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동의권 부여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인수하면서 피고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갖는 약정이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한 것이긴 하나, 피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허용될 여지가 있고, 피고 회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는 약정도 원고가 갖는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원고가 입은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심으로서는 피고 회사의 재무상황, 투자금 유치 내지 신주발행의 긴급성 내지 필요성, 원고와 피고들을 비롯하여 다른 주주들 상호간 이해관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심리한 다음 그에 따른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가 특별한 사정이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부 주주에 대하여만 투자원금 반환이나 손실보전 등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다른 주주와의 관계에서 통상적으로 경제적인 이해관계 등이 대립하여 주주평등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이와 달리 일부 소수주주가 지배주주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 · 감독 등을 위하여 권한이나 지위를 부여받는 정도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불합리한 자의적 차별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피고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을 갖더라도, 이는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원고의 주식을 양수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우월적 권한 또는 지위를 부여받은 소수주주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하게 지배주주의 경영을 간섭하거나 통제하는 등 그 권한행사로 인하여 당해 회사 또는 전체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그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도 있는 점 등에 더하여 보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신주를 인수하는 일부 소수주주에게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 · 감독 등 권한을 부여하는데 대하여 주주간 평등의 엄격한 잣대만을 내세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