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ltech] "영어 법률문서 번역 저희가 책임집니다!"
[Legaltech] "영어 법률문서 번역 저희가 책임집니다!"
  • 기사출고 2023.07.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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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역+변호사 검수' MTPE 출시 베링랩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경제활동의 국제화가 확대되면서 법률문서의 번역 수요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로펌에서도 번역을 포함해 섭외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을 수행하고 있고, 수많은 번역사무소가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부터 AI 법률번역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해 주목된다. 리걸타임즈가 최근 AI 엔진이 초벌 번역한 후 전문가의 검수를 더해 정확도를 높이는 MTPE 즉, 서비스명 '베링 AI플러스'를 출시한 베링랩을 찾았다.

변호사들이 직접 수행하는 인간번역(HT, Human Translation)부터 시작하면 베링랩의 업력은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베링랩의 3가지 서비스 즉, 기계번역(MT, Machine Translation),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 HT 서비스 중 HT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AI(인공지능) 번역 기술이 발달하면서 3년 전인 2020년 3월 베링랩 법인을 다시 만들어 MTPE 즉, 기계번역 후 변호사가 검수해 완성도를 높이는 AI플러스 서비스로 중점을 옮겨가고 있다. 문성현 베링랩 대표는 "지난해 달성한 약 30억원의 매출 중 10% 가량이 MTPE 매출"이라며 "올해는 15% 정도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MTPE 매출 증가 예상

베링랩은 공유오피스인 서울 마포구의 공덕 지하철역 인근의 디캠프에 위치하고 있다. 책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줄의 공간이 베링랩 사무실의 전부다. 전체 직원은 정규직 16명에 계약직을 더한 약 20명. 자연어 처리 등 AI 업무를 담당하는 3명 등 개발 관련 인력이 가장 많고, 번역 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도 문 대표를 포함해 4명 상근하고 있다.

◇법률문서 번역 리걸테크인 ㈜베링랩을 이끌고 있는 김재윤(좌), 문성현 대표가 베링랩이 위치한 마포 공덕동의 디캠프에서 포즈를 취했다.
◇법률문서 번역 리걸테크인 ㈜베링랩을 이끌고 있는 김재윤(좌), 문성현 대표가 베링랩이 위치한 마포 공덕동의 디캠프에서 포즈를 취했다.

물론 이들 4명의 변호사가 인간번역, MTPE를 담당하는 전문 번역 인력의 전부가 아니다. 베링랩엔 영어 법률문서를 한국어로, 한국어 법률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가능한 국내외 변호사 120~130명이 프리랜서 형식으로 베링랩과 연결되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기자는 디캠프의 베링랩을 방문해 베링랩의 문성현, 김재윤 두 공동대표를 인터뷰했다. 두 대표가 질문에 번갈아가며 답변했다.

-베링랩의 MTPE 서비스, 즉 베링 AI플러스의 강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베링 AI플러스는 기계번역에 변호사의 검수를 추가한, AI와 인간의 노하우가 결합된 번역 서비스인데, 3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베링랩의 기계번역 즉, MT 서비스의 높은 번역 수준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다. 베링랩 홈페이지에서 무료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AI 초벌 번역의 완성도가 70~80% 수준이다. 여기에 10년이 넘는 인간번역 업력이 축적된 베링랩의 변호사들이 매의 눈으로 검수를 진행, 95%의 번역 정확도를 추구하고 있다."

문성현, 김재윤 두 대표는 또 베링 AI플러스가 다른 번역회사의 번역과 비교해 번역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40% 이상 저렴한 비용이라며, 이 점에서도 베링랩의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링랩에 따르면, MTPE 서비스는 영어로 된 10장 분량의 계약서를 기준으로 48시간 이내에 번역이 완성된다. 번역 단가는 영어 원문의 A4 1매당 3만원, 경쟁 업체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국내외 130개 로펌에서 이용

베링랩은 홈페이지에서 법률문서와 특허 관련 번역으로 나눠 MT 번역의 정확도를 타사와 비교하는 자료도 공개하고 있다. 베링랩이 번역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수치를 기준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인데, 베링랩의 MT 서비스가 한-영, 영-한 모두 블루스코어(BLEU Scores) 즉, 점수가 가장 높다.

기자가 직접 베링랩으로부터 데모 계정을 받아 기계번역을 해보았다. 베링앱의 설명대로 상당한 수준의 한글본이 곧바로 추출되었다.

◇베링랩의 문성현 대표가 베링랩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베링랩의 문성현 대표가 베링랩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베링랩에 따르면, 연간 계약으로 M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대형 로펌을 포함해 한국의 6대 로펌이 모두 베링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MT 서비스는 이용료가 영어 원문 A4 한 매당 500원이다. 이외에도 중형 로펌과 부티크 로펌 등 다른 한국 로펌, 서울에 나와 있는 영미 로펌 등 약 130곳의 로펌이 베링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베링랩 홈페이지에 보면, 법무법인 세종, 광장, 세한, 동인, 김장리, 위어드바이즈, 케이씨엘과 리앤목 특허법인, 제일특허법인 등 명단 공개에 동의한 베링랩의 고객사들이 명시되어 있다.

김재윤 대표는 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뮤직,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50여 개의 글로벌 기업도 베링랩의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고객사로 소개했다.

유펜 기숙사 룸메이트

문성현, 김재윤 대표는 2008년 펜실베니아대를 나란히 졸업한 유펜 동문으로, 이러한 인연이 발전하여 2012년 11월 베링랩의 모태가 된 인간번역 서비스 회사를 서울에 공동 창업했다. 이때가 순서대로 28, 27세 때로, 유펜 졸업 후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 진학한 문 대표는 당시 로스쿨 졸업을 한 달 남겨둔 시점이었다. 펜실베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 뉴욕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서울로 돌아와 있었다.

해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익힌 문성현, 김재윤 대표는 펜실베니아대 2학년 때 기숙사 아파트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가까웠다.

영어에 자신이 있었던 두 사람은 서울에서 만나 문 대표는 법률번역, 김 대표는 금융과 관련된 인간번역을 직접 수행하며 회사의 토대를 닦았다. 문성현 대표의 펜실베니아대 전공은 신경과학과 경제학이었다.

이후 문 대표가 2014년 법무법인 율촌에 외국변호사로 입사해 2017년까지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는 동안엔 김 대표가, 김 대표가 잠시 다른 사업을 하는 동안엔 문 대표가 번역 회사로 복귀해 회사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AI 번역 개발

인간번역에 치중했던 두 사람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따라 AI 번역이 등장하며 2020년 3월 (주)베링랩을 설립해 AI 기반의 법률문서 번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2019년 AI 번역 기술개발을 시작, 2020년 5월 AI 기반의 기계번역(MT)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에 MT 서비스에 변호사 번역사의 검수를 추가한 MTPE, 베링랩 AI플러스를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변호사의 검수 과정은 베링랩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검수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전에도 MTPE 서비스를 일종의 B2B 형식으로 고객사에 제공해 왔는데, 이번에 웹서비스로 론칭해 서비스를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링랩은 2020년 설립 이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네이버 D2SF와 서울대학교기술지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 팁스 프로그램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투자유치와 정부 지원 금액을 모두 더하면 약 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영-한, 한-영 법률문서 번역에서 자신감을 얻은 베링랩은 영어-중국어, 중국어-영어, 영어-일본어, 일본어-영어 M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관련 직원이 1명 싱가포르 현지에 나가 있다. 중국어 번역 MT 서비스는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일본어 번역 MT 서비스도 3분기 중 론칭을 예상하고 있다.

◇베링랩의 김재윤 대표가 베링랩의 번역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베링랩의 김재윤 대표가 베링랩의 번역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오래 전부터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나 일본어 등 모두 18개 언어를 상대로 영어 법률문서를 변호사가 번역해 제공하는 H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베링랩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상대로 MT에 이어 MTPE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베링랩은 AI 플러스(MTPE) 서비스는 한-영, 영-한 번역만 제공하고 있으나, HT 서비스는 아랍어, 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불어, 독어, 그리스어, 이태리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태국어, 터키어, 베트남어 등 18개 언어를 상대로 제공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변호사도 한국어 번역사를 포함해 400명 넘게 확보하고 있다. 금융 · 의학 · IT 분야 등의 전문 번역사까지 포함하면 베링랩의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풀은 국내외를 모두 합쳐 2,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 · 일어 MTPE 서비스도 계획

문성현 대표는 "회사 이름을 베링랩으로 정한 이유도 유라시아 대륙 동단의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 대륙 서단의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베링해를 기술로 연결해 동서양을 잇자는 포부를 담은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축적한 법률 번역 경험과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고의 법률 번역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한다”고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