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LG전자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건조기 과장 광고…1대당 20만원 배상하라"
[손배] "LG전자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건조기 과장 광고…1대당 20만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3.07.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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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광고를 통하여 형성된 신뢰와 기대 침해당해"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건조기에 대해 '건조시마다 콘덴서 세척', '콘덴서 깨끗하게 완벽 유지' 등 과장 광고를 했다가 리콜조치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에게 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게 되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주채광 부장판사)는 5월 31일 LG전자의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 322명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101417)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구입한 의류건조기 1대당 위자료 2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원고들 중 일부는 성명 외에 어떠한 인적 사항도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청구를 각하, 기각했다. 법무법인 매헌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LG전자는 법무법인 한누리가 대리했다.

2016년 4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적용한 의류건조기를 출시한 LG전자는, 이 의류건조기 제품에 대해 TV, 디지털 매체, 매장 POP, 제품 카탈로그, 온라인 대표사이트와 오픈마켓 사이트 등을 통해 2017년 1월 20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콘덴서 자동세척으로 알아서 먼지 제거', '콘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번거롭게 따로 청소할 필요 없이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청소할 필요 없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알아서 완벽관리' 등과 같은 성능 · 효과 광고를 하고, 2018년 2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1회 건조 당 1∼3회 세척', '건조시마다 자동으로 세척', '건조시마다 세차장의 고압분사기처럼 강력하게 자동세척', '건조기는 사용할 때마다 콘덴서를 자동세척' 등과 같이 건조시마다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처럼 광고(작동조건 광고)했다.

콘덴서식 의류건조기는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습한 공기가 차가운 콘덴서를 통과하면서 물로 응축되어 배출되고, 이때 물로 배출되지 않은 습한 공기는 다시 고온의 열교환기를 거쳐 의류건조기 내부를 순환하게 된다. 이러한 순환과정에서 습기뿐만 아니라 빨래에서 나온 먼지들이 콘덴서를 통과하게 되는데, 상당수의 먼지는 물과 함께 배출되지만 일부는 콘덴서에 남게 된다. 콘덴서에 먼지가 계속 쌓이게 되면 건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콘덴서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7월경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을 통해 이 의류건조기의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자동세척에 활용된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고 내부에 잔류해 곰팡이와 악취가 발생한다는 '위해정보'를 접수, 이 의류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50개 가구를 방문해 제품 분해, 내시경 관찰 등을 통해 콘덴서 전면 먼지 잔류량, 의류건조기 바닥의 청결 상태, 필터 상태 등을 점검 · 조사한 결과, 이 의류건조기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자동세척 기능만으로는 콘덴서에 먼지가 축적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되지 않았으며, 잔존 응축수로 인해 곰팡이 등 미생물 번식, 악취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위와 같은 지적에 '셀프세척' 기능의 추가, 먼지 유입 방지를 위한 '필터' 구조 개선, 잔류 응축수 제거를 위한 '배수펌프' 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여 이를 인정했고, 이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이들 개선 방안을 적용한 '리콜조치'를 시행하여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5월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3조 1항 1호의 거짓 · 과장의 광고를 이유로 LG전자에 3억 9,000만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했다.

원고들은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의류건조기 광고의 주체로서 실제로는 이 의류건조기가 일정한 조건 하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짐에도 마치 가동할 때마다 자동세척이 이루어져 별도의 수동세척이 필요 없는 의류건조기라는 내용으로 거짓 · 과장된 광고와 기만적인 광고를 하였고, 소비자인 원고들은 그 광고를 보고 의류건조기를 구입해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의류건조기 1대당 재산상 손해 50만원, 위자료 50만원 합계 1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각 광고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문장만 보더라도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이 사건 의류건조기가 이를 가동할 때마다 콘덴서를 자동세척함으로써 의류건조기의 콘덴서가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므로, 의류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콘덴서를 수동으로 세척하는 등 콘덴서를 전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고 지적하고, "각 광고는 거짓 · 과장성이 있고,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현대산업화 사회에 있어 소비자가 갖는 상품의 품질, 가격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자 등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류건조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제조사 및 판매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제조사 등이 스스로의 대대적인 광고에 의하여 창출된 것이며, 의류건조기는 의류의 잔존 수분 · 먼지 제거, 살균 등이 중요한 기능으로서 인식되고, 의류건조기 자체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세척의 편의성 등 부가적 기능 역시 의류건조기의 구매 여부를 결정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게 된 원고들은 각 광고를 통하여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었다고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설계 · 제조하였고, 출시 전 성능 검사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경우에는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건조 과정이 종료될 수 있고, 먼지쌓임, 잔존 응축수 고임 현상 등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피고는 적극적으로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건조 과정마다 작동하여 소비자의 별도 관리 없이도 항상 청결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이 사건 각 광고에서 집중적으로 부각하였다"고 지적했다. 피고는 의류건조기에 관하여 실시한 '리콜조치'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도 회복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위 '리콜조치'로 각 광고를 통하여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점은 의류건조 등 주된 기능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콘덴서가 자동으로 세척되지 않고 건조 과정이 종료되는 경우는 주로 소량의 의류 건조를 반복하거나, 건조 이외의 기능인 '침구털기' 등을 사용할 때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없는 다른 콘덴서식 의류건조기와 차별점이 없을 정도로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각 광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없는 다른 콘덴서식 의류건조기 가격과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가격의 차액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의 의류건조기에 관한 '리콜조치'를 통하여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의 미비를 보완할 수 있고, 위 '리콜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의류건조 등 주된 기능, 내구성 등의 저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의 의류건조기에 관한 '리콜조치'로 원고들이 일정 기간 의류건조기를 사용하지 못하였다거나, 제품의 내구성 및 제품 가치의 감소, '리콜조치' 이후 소음 발생 등의 손해를 입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