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가 소비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또는 눈속임 설계)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실태조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을 상대로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문제 삼아 소를 제기하기도 하였다(2023. 6. 21.).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소비자원에서 2021. 6. 다크패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4. 발표한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규율이 필요한 행위유형을 분류하여 소개하면서, 향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현행법상 규율이 어려운 행위 유형에 대하여는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규제 사례 상당수 축적
다크패턴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접하게 되면, 이러한 현상이 최근에 발생한 새로운 문제로서 아직까지 규제 대상이 아니라거나 장래에나 규제 대상이 될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다. 사실 최근 다크패턴으로 거론되는 문제들의 상당수가 현행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실제 규제 사례들도 상당수 축적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법에 광범위한 금지 규정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에게 소비자의 착각, 실수 등을 방지하기 위한 매우 세부적인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광범위한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 등 현행법 하에서도 나름 규제가 촘촘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을 두고 있어 소비자 기만행위를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에서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란 소비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구매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폐,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주의나 흥미를 일으키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이러한 유인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만으로 충분하고 그 행위로 소비자가 유인되는 결과의 발생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1525 판결) 위 규정을 상당히 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다크패턴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전자상거래 환경에서의 기만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기존의 규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자동결제 서비스의 결제대금 증액시 별도 결제창 없이 자동결제되도록 한 사례(숨은 갱신)
가격 인상되면 결제창 제공해야
전자상거래법 제8조 제2항 및 동 시행령 제9조에 의하면, 사업자는 전자적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소비자의 청약의사가 진정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별도의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제공하여야 한다. 법원은 자동결제 서비스의 경우 중도에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에는 기존 가격에 기한 계약은 자동 연장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별도의 결제창을 제공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9. 24. 선고 2014누66856 판결 등).
•매월 자동결제되는 상품에 대하여 자동결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잘 읽을 수 없는 위치에 기재한 사례(숨겨진 정보)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첫 달 100원과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프로모션 참여시 특정 기간 계약을 유지해야 하고 일정기간 이후 정상가격이 적용된다는 유의사실을 '구매하기' 버튼의 하단에 위치시킨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의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19-205호 등).
•소비자들의 불만족 후기를 다른 소비자들이 보지 못하게 비공개 처리한 사례(거짓추천)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앱 사업자가, 입점 업체가 불만족 이용후기에 대한 차단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비공개 처리해준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의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16-088호).
빈상자 발송 후 후기…거짓추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여 제품을 구매하게 한 후 제품이 들어있지 않은 빈상자를 발송하고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여 허위 구매후기를 등록하게 하는 행위도 거짓추천에 해당한다.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 참조.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위 '빈박스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자로 하여금 구매후기를 작성, 게재하게 한 행위가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의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라고 판단하고, 그러한 행위를 의뢰한 자(해당 상품의 제조업체) 및 광고대행업체 모두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였다(공정위 의결 제2023-055호).
법적 근거 보완 위한 법개정 추진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4월 정책 발표에서 다크패턴의 행위 유형 중 다음의 6개 행위 유형에 대하여는 현행법상 규율이 어려워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아래 '숨은 갱신'을 제외한 5가지 유형에 대하여는 이를 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과잉 규제를 우려하여 그 규율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해당 유형의 경우 전면 금지시 기업의 정상적 마케팅 활동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는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입법을 통해 규제함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숨은 갱신: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대금이 증액될 때 소비자에게 별도의 고지 없이 계약을 자동 갱신하고 그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행위
▲순차공개 가격책정: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행위
▲잘못된 계층구조: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활동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그 선택활동이 유일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
▲특정옵션 사전선택: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하여 그대로 수용하게 하는 행위
▲취소, 탈퇴 방해: 구매, 계약체결, 회원가입 등의 절차보다 그 취소, 해지, 탈퇴 등의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여 소비자의 자유로운 취소, 해지, 탈퇴 등을 방해하는 행위
▲반복간섭: 팝업 등을 통해 특정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하여 소비자가 그 행위를 하도록 압박하는 행위
오규성 · 백승이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giusung.oh@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