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하드웨어 산업의 IP · 공급망 분쟁
ICT 하드웨어 산업의 IP · 공급망 분쟁
  • 기사출고 2023.06.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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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관리 강화하고, 위법 소지 줄여 분쟁 가능성 낮춰야"

전기, 전자, 반도체 등 ICT 하드웨어 산업은 기술 혁신이 주요 경쟁우위인 산업으로,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소송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분야이다. 또한 ESG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환경과 공급망 관련 이슈가 ICT 하드웨어 기업들에게 잠정적인 분쟁의 위험이 되고 있다. 

1. ICT 하드웨어 산업에서의 지식재산권 분쟁

ICT 하드웨어 산업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하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등의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에 따른 분쟁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술, 디자인 또는 제조 공정과 관련된 특허분쟁에 휘말리기도 하며, 독점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지식재산의 침해, 기밀 정보의 무단 사용과 같은 영업비밀 침해 이슈 등 다양한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이광욱(좌) · 이근우 변호사
◇이광욱(좌) · 이근우 변호사

지식재산권 침해가 널리 퍼지면 기술 및 지식의 진보와 혁신이 저해될 수 있으며, 이는 사회 및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식재산권은 주요하게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며, 기업 성장에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므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ESG경영을 선언하고 강화하는 기업일수록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이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1) 칼텍의 제소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하 "칼텍")은 2016년 애플과 브로드컴이 칼텍의 와이파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칼텍의 주장은 브로드컴 칩셋이 IRA/LDPC 코드와 관련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었으며,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의 다양한 제품에 브로드컴의 칩셋을 사용하고 있는 애플도 특허 침해에 함께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배심원단은 애플과 브로드컴에 대하여 각 8억 3,780만 달러, 2억 7,02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고, 2심에서는 이 손해배상 판결이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져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서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칼텍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델 테크놀로지스, HP를 상대로도 동일한 특허의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2) VLSI 테크놀로지의 제소

VLSI 테크놀로지는 인텔이 프로세서 전력 소모를 제어하는 '스피드스텝'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해 델라웨어,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미국 내 3개주에서 인텔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배심원단은 칩 제조와 관련된 VLSI 특허를 오용한 혐의로 인텔에 9억 4,8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명하였으나, 2022년 양사는 상호 간에 제기한 소를 취하하였다. 양사 사이에 보상금이나 합의금은 오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3) 인터디지털의 제소

미국 기술 기업인 인터디지털(IDCC.O)은 2019년 중국 레노버 그룹이 3G, 4G, 5G 표준에 필수적인 특허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레노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하여 지난 3월 런던고등법원은 레노버가 인터디지털에게 통신 특허 포트폴리오 라이선스 대가로 1억 3,87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4) 글로벌파운드리의 제소

2나노 반도체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미국 IBM과 라피더스 사이의 협력을 두고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소송을 제기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소니, 토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덴소 등 현지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업으로, IBM과 협력하여 2027년까지 2나노 파운드리시장에 진출해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파운드리는 IBM이 라피더스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던 기술을 동의 없이 라피더스에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라피더스는 사실상 파운드리 진출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2. ICT 하드웨어 산업에서의 환경 및 공급망 분쟁

IT 기업들은 대규모 전력 소비와 전자 폐기물 처리 등으로 인해 환경 이슈에 직면할 수 있다. 환경 문제로 인한 집단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환경 이슈에 대한 부주의 또는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소송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IT 기업들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고 다양한 국가와 거래를 수행한다. 이와 같은 복잡한 공급망에서 인권 침해, 노동 조건,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공급망 관리의 책임과 투명성 부족은 소송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

(1) 환경 분쟁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두고 국내 소비자들이 낸 집단 손해배상소송의 1심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패소하였다. 이 소송의 시초는 2016년 시작된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로, 애플이 사용자가 새 아이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누군가 "iOS 10.2.1 업데이트 이후 아이폰이 느려졌다"라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여기에 한 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가 실험을 통해 의혹에 근거를 보탰다. 미국과 유럽, 브라질, 칠레 등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집단소송이 이미 종결된 상태로, 미국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에게 5억 달러(약 5,500억원) 또는 6억 1,300만 달러(약 7,500억원), 칠레에서는 25억 페소(약 37억~38억원)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계획적 노후화' vs '지속가능한 생산'

소비자가 너무 자주 재구매하도록 강요할 의도로 비경제적으로 짧은 수명을 갖도록 설계된 '계획적 노후화'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상품의 사용'이라는 최신 ESG트렌드와 대척점에 있고,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집단소송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공급망 분쟁

애플 · 테슬라 · 알파벳 · 마이크로소프트(MS) · 델 등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지난 2019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도 방조한 혐의로 국제권리변호사회(IRA)로부터 일제히 소송을 당했다. 코발트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광물로,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절반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다. IRA는 "이 기업들은 아동 노동자의 죽음이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노동 착취와 연계된 공급망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송 당사자인 어린이 14명 중 6명은 광산 터널 붕괴로 사망했고, 나머지 어린이들은 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동반한 부상을 입었다.

테슬라, '코발트 프리' 배터리 계획 발표

사고 이후 테슬라는 '2019 임팩트 보고서'에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테슬라 배터리에 니켈 함유량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줄여 100% 니켈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내용과 함께 공급망 내 근로자 인권을 보호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3. 국내 기업의 유의점

ICT 하드웨어 섹터에서는 고도화된 기술이 이용되며, 하나의 제품을 생산할 때에도 다양한 회사에서 생산된 부품이 이용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글로벌 사회에서 복잡해진 공급망 중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위법의 여지를 최소화하여 분쟁의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광욱 · 이근우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kwlee@hwaw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