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입찰담합' 과징금 받은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파산신청 기각
[파산] '입찰담합' 과징금 받은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파산신청 기각
  • 기사출고 2023.06.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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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파산절차 남용 해당"

대전지법 파산2부(재판장 오영표 부장판사)는 6월 20일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과 그 하위 조합 5곳이 낸 파산신청을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모두 기각했다(2022하합7056 등).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형동조합(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은 대전 · 세종 · 충남 지역에 본사를 두고 아스콘 제조 · 판매업을 영위하는 63개의 아스콘사업자를 조합원으로 하여 아스콘 제조 · 판매업의 건전한 발전과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1997년 6월 설립되었으며,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은 파산신청에서 공정위와 아스콘사업자 등 43곳을 채권자로 기재했다.

대전 · 세종 · 충남 지역 아스콘 회사들은, 추정가격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개별기업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중소기업체로 구성된 공동수급체만 참여할 수 있는 관수아스콘 구매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2008년 3월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과 별도로 하위 조합 2곳을 추가로 설립하고, 조합이 대전 · 세종 · 충남 지역의 관수아스콘 구매입찰에 참여하여 조달청과 아스콘 연간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계약물량 범위 내에서 조합원인 아스콘사업자들에게 물량을 배정하는 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조합은 조합원이 납품한 물량에 대하여 대금을 지급받으면, 그 대금에서 일정 부분을 물량배정 수수료(배정금액의 0.8~0.9%)로 징수한 뒤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대금을 아스콘사업자들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이 하위 조합 2곳과 함께 2014년 7월경과 2015년 7월경 대전지방조달청이 실시한 대전 · 세종 · 충남 지역 관수아스콘 구매입찰에 참여해 각자의 투찰수량 비율을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는 입찰담합행위를 했다가 적발되어 201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은 21억 7,400만원, 하위 조합 2곳은 각각 22억 2,600만원과 10억 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이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 과징금 액수가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했다고 보아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후 공정위가 과징금을 감액하여 2021년 4월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에 10억 8,700만원, 하위 조합 2곳에 각각 11억 1,300만원과 5억 4,600만원의 과징금을 다시 부과하자,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이 이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하여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2022년 7월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은 2016년 10월 하위 조합 3개를 새로 설립했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과 이 하위 조합 3곳은 대전지방조달청이 발주한 2017년, 2018년 아스콘 구매입찰에 참가해 또다시 투찰수량과 투찰가격을 합의한 입찰담합행위를 해 공정위로부터 2021년 11월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은 5억 600만원, 하위 조합 3곳은 각각 13억 3,500만원과 12억 7,600만원, 11억 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과 이 하위 조합 3곳은 과징금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2022년 9월 청구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국가와 지자체 33곳 등이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에 대해 아스콘 입찰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현재 변론이 종결되어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과 하위 조합 5곳은 과징금과 손해배상금 등을 납부할 돈이 없다며 파산신청을 했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은 특별한 유형자산이 없고, 조합원인 아스콘사업자들로부터 물량배정 수수료로 징수한 예금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이 파산신청서에서 밝힌 예금채권은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 9억 800여만원, 하위 조합 2곳이 각각 6억 1,400여만원, 4억 1,800여만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6월경과 11월경 대전세종충남아스콘조합 등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를 했다.

재판부는 "채무자(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를 비롯한 대전 · 세종 · 충남 지역의 각 아스콘조합은 입찰담합행위를 하여 대한민국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그만큼의 부당한 금전적 이익은 각 조합원인 아스콘사업자 회사들이 취한 후, 조합은 과징금과 손해배상금 등을 납부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며 파산신청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채무자 등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입찰 참가를 위하여 조합을 설립하여 이익을 취한 반면 그 과정에 자신들의 행위로 발생한 채무나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파산절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면서도 채권자에게 보다 공평한 만족을 보장하려는 파산제도의 본래적 취지나 기능에 반하는 것이고, 사실상 위법행위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아스콘 입찰에 참여하여 담합행위를 한 계약당사자는 채무자 등 조합이나, 실질적으로 담합행위를 하고 이로 인하여 실제 이익을 취득한 당사자는 각 아스콘사업자라고 볼 수 있다"며 "조합원인 60여개 아스콘사업자들이 위법행위로 취득한 부당한 이익을 채무자 등에 반환하거나 채무자 등이 그 이익을 회수한다면 채무자 등은 과징금 등을 납부할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채무자 등이 실질적으로 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 상태인지 의문이고, 변제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채무자 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을 납부하기 위하여, 2018. 2. 28.경 정기총회 의결을 거쳐 각 조합원들로부터 징수하는 물량배정 수수료를 0.9% 에서 1.3% 올린 2.2%로 증액하여 과징금을 납부할 자금을 마련하였다. 채무자 등은 조합원인 아스콘사업자들을 파산신청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였고, "조합원들로부터 1.3% 증액하여 징수한 물량배정 수수료에 대하여, 조합이 조합원 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돈으로 조합원들이 채무자 등에 대하여 미수금채권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채권은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류한 채무자 등의 예금자산은 미수금채권을 보유한 파산채권자인 조합원들에게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제출된 자료만으로 각 조합원들이 채무자 등 조합에 대하여 미수금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주장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 등은 파산절차를 통해 후순위파산채권자라고 볼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채권추심을 저지하고 현재 채무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마저 조합원에게 배분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이 아닌 채무자 등의 이익만을 도모하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로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채무자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각 조합이 납부할 의무가 있는 벌금 역시 다른 파산채권자와의 관계에서는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하여 위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 등 신청인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