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고독 두려워해선 안 돼"
"법관은 고독 두려워해선 안 돼"
  • 기사출고 2023.06.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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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서관, 《법관의 길 조무제》 발간

조무제 전 대법관은 많은 사건에서 공평과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판사로 잘 알려져 있다. '청빈거사', '딸깍발이 판사' 등 요즘 시대에 듣기 어려운 별명도 많이 들었고, 첫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전국 법관 가운데 재산 순위 꼴찌를 기록한 이력도 있다.

최근 법원도서관이 조 전 대법관과의 구술을 통해 발간한 《법관의 길 조무제》에도 그의 이러한 면모를 실감할 수 있는 여러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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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길 조무제"

1998년 대법관이 된 조 전 대법관은 대법관에 배속되는 전속비서관을 마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친척이 와서 "나를 비서관으로 좀 써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조 전 대법관은 그러나 친척을 비서관으로 쓰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았다. 비서관은 대법관이 내는 결론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입장에 있고, 대법원에서 유념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합의의 비밀을 엄수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허점을 보이게 된다고 주위에서 비서관을 추천할 때마다 "비서관을 당분간 안 두고 한 번 해보겠다"고 거듭 사양했다. 조 전 대법관은 그 뒤에도 몇 번 더 추천을 받았는데, "이왕 이때까지 비서관을 안 뒀는데 앞으로도 안 두고 한 번 해보겠다" 이렇게 해서 상당히 매정하게 끊었다고 회고했다. 조 전 대법관은 임기 내내 전속비서관을 두지 않았다. 

조 전 대법관은 원칙에 어긋나면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고, 사소한 청탁도 통하지 않는 꼿꼿한 성품의 판사였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법관 생활을 한 그의 이러한 성품을 알아본 부산 지역의 변호사들 사이에  '조무제에게 청탁할 바에는 돌부처에게 비는 것이 낫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조 전 대법관은 2004년 대법관을 퇴임하면서 "이해관계에 얽힌 주위로부터 초연하며 보편성을 띤 사색을 이어가는 데에는 고독감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법관은 그 고독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대법관은 2019년 9월 법원도서관 측과의 구술총서 발간을 위한 대담에서 "그 이야기의 요지는 '법관이 대인관계에서 좀 까다롭고 딱딱하게 하면 혼자 따돌려지니까 이게 고독한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자기가 정당하게 하고 있는데 닥쳐오는 고독을 피하려고 다른 방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법관은 구술을 마무리하면서 동아대에서 법조윤리 과목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라며, 인격적 성숙을 후배 법조인들에게 주문하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는 원칙과 절차를 뛰어넘어 지름길을 찾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소망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고가의 비용을 부담하고 특정 변호사를 선임을 하는지 그것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결국은 '법에 없는 거지만 나는 구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거 때문이라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