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 이후 재고용 관행 있었으면 부당해고 근로자에게 재고용 기간 임금 줘야"
[노동] "정년 이후 재고용 관행 있었으면 부당해고 근로자에게 재고용 기간 임금 줘야"
  • 기사출고 2023.06.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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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재고용 기대권 인정"…포센 근로자에 승소 판결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하는 관행이 있었다면 근로자에겐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부당해고로 재고용되지 못했다면 정년 이전은 물론 재고용 기간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A(66)씨는 포스코에 근무하면서 경비 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2005년 5월 포센으로 전직해 계속 경비 업무를 수행했다. 포스코로부터 분사되어 2005년 3월 설립된 포센은 포스코가 운영하는 포항제철소의 방호 · 보안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다.

그런데 포스코의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포항제철소 부두 선석 개축공사에서 발생한 고철을 덤프트럭을 이용해 A씨가 근무하는 초소를 통과해 제철소 밖으로 무단 반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센은 A씨가 두 차례 고철을 반출하는 트럭을 검문검색하지 않고 통과시켜 반출사고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2013년 8월 A씨를 징계면직했다. 포센의 정년은 57세로, 당시 A씨는 정년을 1년 앞둔 56세였다. A씨는 징계면직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 지방노동위원회가 징계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포센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포센이 중노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이를 기각하는 판결이 2017년 8월 확정되었다.

A씨가 징계면직될 무렵 포센의 취업규칙은 직원의 정년을 만 57세로 하고 정년에 달한 분기의 말일에 퇴직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포센은 2012년 9월 무렵부터 정년퇴직한 근로자들에게 1개월의 휴식기간을 준 후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이후 갱신을 통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A씨를 비롯하여 포스코에서 방호 업무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은 2005년 무렵 포센으로 전직하는 대신 정년을 포스코(56세)보다 긴 57세로 하기로 했는데, 2011년 무렵 포스코가 정년을 58세로 연장하면서 56세부터 58세까지 지급률을 매년 10%씩 감하고 이후 2년간의 재고용을 거쳐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자, 포센이 포스코의 정책을 따르고 소속 근로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재고용 제도를 도입, 시행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징계면직이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므로 징계면직이 아니었다면 정년 후에도 재고용 제도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포센을 상대로 징계면직 시점부터 정년인 57세에 달한 시점까지의 기간인 2013년 8월부터 2014년 3월 말까지와 정년 후 재고용되었다면 근무할 수 있었던 기간인 2014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정년 이전 기간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청구는 인용하면서,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등 청구는 기각했다. A씨에게 정년퇴직 후 당연히 재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년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물론,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 등 청구를 인용, "피고는 원고에게 9,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정년퇴직 후 재채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인정되며, 재채용 배제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간제로 재채용된 이후 1년 또는 6개월 단위로 거듭 재채용 평가를 받았더라도 계약이 갱신되지 못하였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6월 1일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포센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8다275925). 법무법인 시민이 1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포센은 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대리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7다85997)을 인용,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의 취업규칙은 정년퇴직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는 것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고, 달리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에 그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나, 피고의 재고용 제도는 포스코의 정년이 연장되자 포스코보다 긴 정년을 적용받는다는 전제로 피고로 전직하였던 근로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되었고, 상당한 기간 동안 정년퇴직자가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와 그 근로자들 사이에는 정년에 이르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원고는 정년 후 피고의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고용 제도가 2012년 9월 도입된 이래로 원고보다 먼저 정년에 도달한 포센의 근로자들은 모두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었으며, 원고의 정년 도래 후에도 수년 동안 정년퇴직자가 스스로 재고용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