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불법쟁의 종료 후 추가 생산 통해 부족 생산량 만회됐으면 고정비용 피해 인정 어려워"
[노동] "불법쟁의 종료 후 추가 생산 통해 부족 생산량 만회됐으면 고정비용 피해 인정 어려워"
  • 기사출고 2023.06.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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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 심리 필요"

공장 점거 등 위법한 쟁의행위 종료 후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었다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정비용은 생산된 제품의 판매액에서 회수할 것을 기대하고 지출하는 비용 중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대체로 일정하게 지출하는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말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15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2013년 7월 1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의장 32라인 크래쉬패드 장착 공정을 무단 점거해 약 63분간 그 공정을 중단시킨 데 대해 현대차가 이에 참여한 조합원 5명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41986)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의 책임을 50%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여는이 상고심에서 피고들을 대리했으며, 현대차는 법무법인 율촌과 태평양이 대리했다. 

현대차는 피고들에게 모두 4,5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 회사의 생산활동을 방해하여 업무방해의 공동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울산지법 재판부는 피고들이 불법행위인 쟁의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되 피고들의 책임을 50% 감경해 2,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피고들은 "쟁의행위 후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을 통하여 자동차를 추가 생산 · 판매함으로써 위와 같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시간 동안 원고가 지출한 고정비 상당의 손해가 상당 부분 회수되었으므로 이 부분은 손해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는 어디까지나 불법행위인 쟁의행위 후에 발생한 사정에 불과하여 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있어 고려할 요소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제조업체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량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생산되었을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점 및 그 생산 감소로 인하여 매출이 감소하였다는 점까지도 증명하여야 함이 원칙이지만, 실제의 소송과정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손해 발생을 추인케 할 간접사실의 증명을 통해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 이에 대법원은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적어도 지출한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액을 얻었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터 잡아, 그 제품이 이른바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또는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생산된 제품이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손해배상청구권자의 증명부담을 다소 완화하여 왔다(2016다11226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추정 법리가 매출과 무관하게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있기만 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되어 생산이 감소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는 조업중단으로 말미암아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판매와 매출이 감소하여 매출액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고, 고정비용은 추가 생산으로 생산량을 만회한다고 하여 그에 비례하여 더 지출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고정비용의 성격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현실화되는 과정에 비추어 보면, 조업중단으로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하였더라도 그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다면, 생산 감소에 따라 매출 감소를 추정하는 경험칙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추정은 복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와 같이 예약판매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며 "따라서 쟁의행위가 종료되고 근로자들의 참여로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면 그 전체를 살펴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쟁의행위 종료 후 적시에 생산량을 만회함으로써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근로자에게 그러한 사정에 대하여 증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신의칙 또는 손해 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는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다(2003다22912 판결 등 참조)"며 "위와 같은 생산량의 회복은 제3자의 불법행위로 조업이 중단된 사안에서와 달리, 손해를 경감하려는 사용자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노력에 근로자들의 협력과 노동이 함께 더하여짐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오로지 사용자의 노력으로 손해가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하였을 수는 있으나,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방식에 비추어 생산의 지연이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아니하고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을 여지가 있다"며 "따라서 피고들의 주장은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간접반증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어 추정이 복멸되는지 여부를 심리 ·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