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위 · 대장 내시경 받은 직후 환자 사망…병원 배상책임 80% 인정
[의료] 위 · 대장 내시경 받은 직후 환자 사망…병원 배상책임 80% 인정
  • 기사출고 2023.06.14 08: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북부지법] "검사 중 산소포화도 떨어졌는데 경과 관찰 소홀"

위 ·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직후 환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의료과실을 인정해 병원 측에 8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우정 부장판사)는 4월 20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병원에서 위 ·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후 사망한 A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내시경검사를 한 이 병원 의사 B씨와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가합22870)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8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2억 3,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신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A가 2021년 6월 19일 08:25쯤 위 ·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기 위해 이 병원 종합검진센터를 방문, B가 09:40쯤 내시경검사를 위해 A에게 프로포폴 70mg을 투여했으나, A가 진정상태에 들지 않자 프로포폴 10mg을 추가로 투여했다. B는 09:43쯤 A에 대한 위 내시경검사를 시작했다. 검사 도중 A의 산소포화도가 88~90%로 저하되자 프로포폴 주입을 잠시 중단하고 A를 깨워 산소포화도가 회복된 후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 09:45쯤 위 내시경검사가 종료되었다. 이어 09:46쯤부터 09:57쯤까지 대장 내시경검사가 진행되었다. B는 위와 같은 내시경검사 과정에서 A의 움직임이 심할 때마다 프로포폴 10mg씩을 추가로 투여했다.

A는 위 · 대장 내시경검사를 모두 마치고 09:59쯤 회복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 병원 회복실 담당 간호사가 10:30쯤 A를 깨우려 했으나 A가 깨어나지 않자 더 관찰하기로 했으나, 10:46쯤부터 10:50쯤까지도 A가 깨어나지 않자 내시경실 간호사를 호출, 내시경실 간호사가 A의 얼굴에서 청색증을 확인했다. B는 10:55쯤 A를 심정지로 판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AED를 부착하고 앰부배깅을 실시하면서 10:58쯤부터 3~5분 간격으로 에피네프린을 투여했다. 이어 병원 의료진이 119에 신고, 119 구급대원이 11:19쯤 이 병원에 도착해 A의 상태를 확인한 후 A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 A가 이송된 병원 의료진은 A에 대해 심폐소생술, 앰부배깅 등 응급처치를 실시하다가 12:15쯤 A의 사망을 선언했다. A의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의 직접 사인을 '프로포폴 진정 부작용'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프로포폴의 경우 다른 진정제에 비하여 심혈관계 억제와 호흡억제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의식하 진정으로 투여했다고 하더라도 전신마취에 준해서 저혈압, 기도폐쇄, 산소불포화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여야 하고, 프로포폴 진정 후 회복 과정에서도 전신마취의 회복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활력징후 및 호흡양상을 일정 간격으로 기록하여 환자가 퇴원하기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B를 비롯한 피고 병원 의료진(이하 'B 등'이라고 한다)은 A에 대하여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과정 및 내시경검사 종료 후 A의 회복 과정에서 A의 활력징후나 임상상태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B 등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A의 호흡억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위 내시경검사 중 산소포화도가 88~90%로 저하되었는데(말초 산소포화도가 88~90%인 경우 실제로 혈중 산소는 예비량이 거의 없게 되어 이후에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혈중 산소는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B는 위와 같이 A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었을 때, 프로포폴의 투여를 잠시 중단하였을 뿐 비강캐뉼라를 통하여 산소를 공급하는 등 다른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재판부는 "더욱이 위와 같이 산소포화도가 이미 저하되었던 경우라면 추후 다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호흡억제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B 등으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A에 대한 경과를 관찰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무기록상 A의 활력징후는 내시경검사 전 '혈압: 145/91, 맥박: 91, 호흡수: 22'로, 내시경검사 후 '혈압: 94/56, 맥박: 46, 호흡: 20'으로 각 측정된 것만 확인될 뿐, 내시경검사 중 또는 검사 후 '회복 과정'에서 측정된 기록은 전혀 없다. 또 A의 산소포화도는 내시경검사 중 '88~90%'로 측정된 것만 확인되고, 회복 중 산소포화도 기재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내시경실 내부에는 산소포화도 및 활력징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 등이 있으나, 회복실에는 침대 외에 다른 시설은 없는 상태인바, A가 회복실에 도착한 09:59경부터 간호사가 A를 처음 깨운 10:30경까지 뿐만 아니라 A의 얼굴에서 청색증을 확인한 10:46경까지도 A에 대한 경과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에게 경과 관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프로포폴은 빠른 작용시간, 회복속도 등 여러 약리적인 이점을 이유로 다양한 진단적 또는 치료적 시술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A에 대한 부검결과에서 나타난 급성 사망의 위험이 있는 고혈압성 심장병 등 A의 신체적 요인이 A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데 기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즉각 에피네프린 투여, 앰부배깅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 의료사고의 방지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참작,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한 프로포폴 투여 과정이나 이후 A의 얼굴에서 청색증을 확인한 후의 응급조치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