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라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해 매수한,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빌라 중 한 호실을 임차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은 이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어도 새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소유권이전등기는 안 했지만 임대를 놓은 빌라 매수인에게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월 18일 임차인 A씨가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새 집주인 B씨,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C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과 B씨가 부동산 인도와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다201218, 2023다201225)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B씨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B씨가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는 2017년 10월 9일 공인중개사 C의 중개로 경기 광주시에 있는 5층짜리 신축 빌라의 302호에 관하여, 이 빌라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한 D씨와 임대차보증금 8,900만원, 임대차기간 2017. 10. 13.부터 2020. 3. 12.까지로 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C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주택(302호)을 인도받아 점유하기 시작했고, 2018년 3월 2일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으며, 같은 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당시 임대차계약서에는 '계약금 잔금 등은 매매완료시까지 공인중개사가 보관한다. 본 건은 계약일 현재 매매가 진행되는 물건으로서 임대차계약은 이 건물을 매수하는 D를 임대인으로 하여 계약을 진행하고 현재 등기상 명의인에게서 매수인 D에게로 등기이전되는 일체의 과정은 거래 공인중개사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본 건물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 내용 중 임대차보증금, 임대차기간,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책임은 최초 계약대로 절대 보장하며 임대차계약 내용은 새로운 소유자에게는 포괄적으로, 구 소유자에게는 면책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특약사항이 포함되었다.
D는 이에 앞서 2016년 11월 1일 이 빌라의 원소유자와 해당 빌라를 11억 7,000만원에 매수하는 분양계약(최초 분양계약)을 체결했는데, 분양계약 당시 "잔금일 전에 임대가 이루어지면 임대가 나간 세대는 임차인 입주와 동시에 잔금을 치루고 '을(D)' 앞으로 소유권 이전하기로 한다. '을'은 각 세대의 임대 여부와 관계없이 잔금일에 모든 세대의 소유권을 이전해 가기로 한다"고 약정했다. 이 빌라의 원소유자는 2016년 12월 6일 이 빌라에 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했다.
D는 2017년 4월 3일 최초 분양계약에 따른 후속계약으로 빌라 중 302호를 1억 7,000만원에 매수하되 계약금 1,500만원은 계약일에, 잔금 1억 5,500만원은 2017년 6월 30일에 각 지급하기로 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전유부분 7세대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 빌라의 원소유자가 사망해 302호를 포함한 빌라의 전유부분에 관해 상속인 중 1명이 2017년 8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했으며, 공인중개사 C는 A로부터 받은 보증금 중 8,000만원을 2017년 10월 13일 위 상속인에게 8,000만원을 송금하면서 송금내역을 '202, 302 잔금'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B가 2019년 4월 5일 302호에 관해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위 상속인(원소유자의 상속인)과 공인중개사 C는 2019년 8월 9일 매매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D에게 '최초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으니 302호 등에서 퇴거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다. A는 2020년 5월 B와 C 등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B는 A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와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C는 302호 매매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취지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공인중개사 C는 A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A는 B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고 B가 집을 산 2019년 4월 5일부터 부동산의 인도완료일까지 월 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원고가 그 임차권을 B에게 대항할 수 없다"며 A의 B에 대한 청구는 기각, A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반드시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로 한정된다고 할 수는 없고,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전제하고,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그 물건을 사용 · 수익할 수 있는 지위에서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하여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임대인의 임대권원의 바탕이 되는 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법 548조 1항은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D는 이 사건 주택(302호)의 소유자와 최초 분양계약 및 302호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공동주택(신축 빌라)의 원소유자로부터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대권한을 부여받아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2017. 10. 13. C를 통하여 이 공동주택의 상속인에게 이 사건 주택의 매매잔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분양계약의 이행으로 주택을 인도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그렇다면 원고는 분양계약에 기초하여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D로부터 분양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주택을 임차하여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추었으므로,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위 분양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는 분양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이 공동주택의 상속인이나 주택 양수인인 B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는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이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로서 보호되므로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주택 양수인에 대하여 그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