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중계] 태평양, '2023 상반기 IP 판례 동향' 조명
[세미나 중계] 태평양, '2023 상반기 IP 판례 동향' 조명
  • 기사출고 2023.06.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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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원 판결 이어 미 · 일 · 유럽 판례까지 다뤄

법무법인 태평양 IP그룹이  5월 24일 「2023년 상반기 주요 IP 판례 동향-국내부터 해외 주요국까지」라는 주제로 고객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총 4세션으로 구성되어 제1세션에선 "특허권, 영업비밀 관련 주요 판례"를 다루고, 2세션에선 "상표권, 디자인권, 부정경쟁행위 관련 주요 판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제3세션에서는 저작권의 존속기간 및 존속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의 보호 가능성에 관한 판결,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보호에 관한 판결 등과 함께 최근 많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생성형 AI(챗GPT 등)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저작권법적 이슈를 소개했다. 4세션에선 미국, 영국, 일본의 응용미술품의 저작물성, 음악저작권 사용료 부담 주체, 가상공간에서의 모방상품을 통한 상표권 침해, 2단계 손해배상이론의 적용,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상표권 침해 책임의 인정 여부 등에 관한 흥미로운 판결들이 소개되었다.

세미나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I. 「특허권, 영업비밀 관련 주요 판례」

기업의 자산은 크게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데, 그중 무형자산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이러한 무형자산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IP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다. 기업이 보유한 IP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문제되고 있으며, 관련 분쟁들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IP그룹이  5월 24일 「2023년 상반기 주요 IP 판례 동향-국내부터 해외 주요국까지」라는 주제로 고객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많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챗GPT 등에 관련된 저작권법 이슈도 함께 다루어졌다.
◇법무법인 태평양 IP그룹이  5월 24일 「2023년 상반기 주요 IP 판례 동향-국내부터 해외 주요국까지」라는 주제로 고객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많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챗GPT 등에 관련된 저작권법 이슈도 함께 다루어졌다.

특허법원 2022. 11. 3. 선고 2022허2264 판결은 기술도용을 위해 시도되는 여러 행위들 중 특히 모인발명에 관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법원은 피모양자를 공동발명자로 인정하여 그를 배제하고 등록한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1다280835 판결의 해당 사례는 특허법상 가장 중요한 법리인 균등침해에 관한 사례다.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침해발명에도 동일하게 존재하는 과제해결원리는 선행발명들에 공지되어 있다고 보고, 이에 따라 일부 치환된 구성요소의 개별 작용효과의 차이에 주목하여 균등침해를 부정하였다. 

영업비밀 분야의 사례로는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8도4794 판결이 주목된다. 해당 사례는 역설계가 용이한 자료의 영업비밀성을 판단한 사례로, 대법원은 판단 대상 자료의 영업비밀성을 부정하였다. 그런데 이 판결에선 역설계가 용이하다는 사실만으로 영업비밀성을 부정하지 않는 기존의 판결례들과는 다른 법리를 설시하고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도51 판결은 페이지 또는 자료별로 정보를 나누어 영업비밀성을 판단한 사례다. 대법원은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영업비밀성을 부정하였다. 이 판결 또한 정보들을 유기적 일체로서 영업비밀성을 판단하는 기존의 판결들과는 사뭇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추후 법원 판결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II. 「상표권, 디자인권, 부정경쟁행위 관련 주요 판례」

상표권, 디자인권은 기업이 보유한 IP 중 대외적으로 가장 많이 대두되는 권리이자, 기업이 수행하는 사업이나 상품 및 브랜드의 가치와 직결되는 IP이기도 하다. 이들 권리와 관련하여 많은 부정경쟁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분쟁들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표에 관한 특허법원 2022. 11. 2. 선고 2022허2745 판결에선 결합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 국제등록상표상 요부가 물리적 비중이 높다는 점, 도안화되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성을 부정하였다.

특허법원 2022. 8. 18. 선고 2022허1414 판결은 등록상표를 도메인이름으로 사용한 것이 상품출처표시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다룬 사안이다. 해당 사례에서 법원은 기존의 다른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상품출처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 2022. 10. 6. 선고 2021허6795 판결에선 상표공유자 중 1인의 단독 출원에 대해 부정한 목적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선사용상표의 권리자는 이 사건 소멸상표의 효력 소멸 당시 존재하던 공유상표권자들 전원이라고 하여 이에 관한 권리를 독점할 수 없다고 보아, 단독출원자의 부정한 목적을 인정하였다. 

디자인 분야에선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1후10473 판결을 다루었다. 해당 사례에서는 신규성 상실 예외가 적용된 선행디자인에 대하여 자유실시디자인을 주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디자인보호법이 정한 시기적,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여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받아 등록된 디자인권인 이상 해당 권리가 반드시 공공의 영역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기초로 자유실시디자인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례는 신규성 상실 예외에 해당하는 디자인으로는 자유실시 항변이 불가능하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부정경쟁 분야의 사례로는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0다268807 판결이 소개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성과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해당 성과의 무단 사용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성과에 대한 '무단 사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에서 판단 대상이 되었던 성과의 범위와 2심 및 대법원에서 판단 대상이 되었던 성과의 범위에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표 이슈에 관한 최근 동향도 주목된다.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①2023. 2. 4. 이후 출원한 상표에 대하여 부분거절제도 및 재심사청구제도가 적용된다. ②출원상표가 선행상표와 유사하더라도 선행상표의 권리자가 후출원상표의 등록에 동의하는 경우 상표등록을 허용하는 것을 통해 상표등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자 하는 '상표공존동의제도'에 관한 상표법 개정안이 2023. 3. 20. 발의되었다. ③가상상품(Virtual Goods)의 상표 등록 및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한 기준이 마련되었다. 

III. 「저작권 관련 주요 판례」

이른바 'K'로 대변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2006년 이후 오랜 논의 끝에 저작권법 전부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저작물의 공정이용 및 권리귀속과 같은 새로운 저작권법적 쟁점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1. 1. 선고 2021노1369 판결은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외국 저작물의 보호기간에 대한 판단이 핵심 내용이다. 이른바 회복저작물의 저작권 존속기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28.자 2022카합21458 결정에선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캐릭터를 다른 IP, 즉 상표권으로서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법원은 채무자의 캐릭터 활용방법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상표권 침해를 부정하였다. 본 사안은 미국에서 2022년 저작권이 만료된 '곰돌이 푸'나 2024년 저작권 만료를 앞두고 있는 '미키마우스(증기선 윌리)'를 비롯하여 국내에서 저작권의 만료를 앞두고 있는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들을 고려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보호에 관한 사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3. 선고 2020가합584719 판결과 대구고등법원 2022. 2. 11. 선고 2020나21108 판결도 소개되었다. 

IV. 「해외 IP 판례 동향」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흥미 있는 IP 관련 사례들이 등장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소위 선진법제 국가의 사례들은 국내 입법 추진이나 제도 마련 등에 있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日本最判 令和 4年(2022) 7月 19日 令和 4年 (オ) 第 443号 · 令和 4年 (受) 第543号 판결에서는 문어 형상의 미끄럼틀을 응용미술저작물 또는 건축저작물로서의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실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과 관련된 구성과 분리하여 미적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미적 특성인 창작적 표현을 갖추고 있는 부분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작품의 응용미술저작물 또는 건축저작물로서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카페 건축물의 창작성을 인정한 국내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과 대비하여 보면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다소 엄격하게 저작물성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미루어볼 수 있다. 

日本最判 令和 4年(2022) 10月 24日 令和 3年 (受) 第1112号 판결에서는 음악교실에서의 음악저작물 사용에 대하여 저작권 사용료 납부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졌다. 본 사안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사의 연주에 대해서는 고용주인 음악교실의 저작권 사용료 납부의무를 인정하였으나, 수강생의 연주에 대해서는 음악교실이 음악저작물의 이용주체가 아니라고 하여 저작권 사용료 납부의무를 부정하였다. 이는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주체의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일본내에서 음악교실 등에서의 음악저작권 사용료 지급 주체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특허 분야 사례로는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v. Broadcom Ltd., 25 F.4th 976 (Fed. Cir. 2022)가 소개되었다. 해당 사례에서는 특허 침해에 있어 2단계 손해배상 이론(two-tier damages theory)의 적용 여부가 문제되었다. 하급심인 캘리포니아 중앙연방지방법원은 해당 이론의 적용을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당 이론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여 그 적용을 부정하였다. 한편 미국 상표 분야 사례인 Adidas America Inc. vs. Thom Browne Inc., 21-CV-5615 (S.D.N.Y. Mar. 23, 2022)에선 의류 등에 적용된 유사한 줄무늬 디자인으로 인해 상표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줄무늬 디자인이 적용된 각 회사의 상품이 소비자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상표권 침해를 부정하였다. 

또 Hermès International Inc. vs. Mason Rothschild, 22-cv-384 (S.D.N.Y. Feb. 2, 2023) 사례에선 가상공간의 NFT에 대해 상표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해당 사례에서 원고와 피고는 각각 상표법 침해와 표현의 자유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였는데, 이에 대해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NFT의 법적 성질이 저작물이 아닌 상품이라고 판단한 뒤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다만, 본 사안은 현재 피고측이 Judgment as a matter of law(평결불복법률심리) 또는 재심리를 신청한 상태이므로, 향후 결과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상표 사례로는 Louboutin vs. Amazon (December 22, 2022 C‑148/21 and C‑184/21)가 소개되었다. 해당 사례에선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자에 대하여 상표권 침해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다. 이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는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신뢰하여 제품을 구입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제3자인 판매자가 상표를 오용할 경우 상표권 침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한 본 사안은 전자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