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 대법원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취업규칙 변경' 대법원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 기사출고 2023.06.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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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판례는 노사대등결정 원칙 위배"
"합리성 법리 폐기 불필요, 당위성 없어"

대법원 판례 변경의 단초가 된 현대자동차 취업규칙 변경 사건은 현대차의 과장급 이상 전현직 간부사원 16명이, 회사 측이 2004년 7월 1일 제정해 시행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며 2011년부터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이다.

현대차 전현직 간부사원 16명이 제기

현대차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서 전체 직원에게 적용되어 온 종전 취업규칙과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 간부사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는데도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해당 부분의 무효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고들은 1심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면서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하였다가 패소하자 항소심에서 2011년부터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의 지급을 직접 구하는 청구를 추가했다.

◇대법원이 5월 11일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노사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판결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대법관 7명 대 6명의 단 한 명의 차이로 갈렸다. 사진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모습.
◇대법원이 5월 11일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노사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판결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대법관 7명 대 6명의 단 한 명의 차이로 갈렸다. 사진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모습.

항소심 재판부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효로 판단,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청구원인을 연월차수당 지급으로 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가 법원에 제출된 2016년 9월 7일부터 역산하여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되는 2013년 9월 7일 이전의 연월차휴가수당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와 현대차가 함께 상고해 열린 상고심에선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대법관 7명이 폐기를 주장, 판례 변경이 이루어졌다.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대법관 6명이 의견을 같이한 별개의견을 나란히 소개한다.

다수의견

①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그 단서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대법원은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하 ‘1989년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이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참조).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은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 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라고 보아,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된다. 이러한 집단적 동의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본질적 기능과 그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③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 시에도 그 적용을 받는 모든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근로자 다수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근로조건의 유연한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는 경우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반대한 개별 근로자에 대해서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근로조건의 통일적 결정에 관한 요청이 충족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에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 근로조건의 통일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④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사용자의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 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노동조합이 동의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인사처분은 유효하다는 견해를 취하였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는 단체협약보다 상위 규범인 법률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위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⑤종전 판례는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 관련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 유효성이 확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정성이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끼치는 폐해 역시 적지 않았다.

⑥그럼에도 종전 판례의 해석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우리 민법은 신의성실과 권리남용의 금지를 민사법의 중요한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고, 이는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원칙으로서 실정법을 형식적이고 엄격하게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는 작용을 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42129 판결 등 참조),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별개의견

1953. 5. 10.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95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없었고, 다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만 규정하였다. 그런데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동의가 전혀 필요 없다고 보면 근로기준법이 갖는 보호법으로서의 정신과 기득권 보호의 원칙, 근로조건은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제정 근로기준법 제3조의 취지에 반하게 되므로, 대법원은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어야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 · 변경 권한에 제한을 가하였다. 이는 단체협약과는 달리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함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도록 그 권한에 제한을 가하는 법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를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경우 불이익의 정도나 변경의 경위, 내용의 구체적인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모든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무효가 되므로, 이러한 결과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 작성 · 변경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사회적 정의관념, 또는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 이에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유효하다는 법리, 즉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제시함으로써(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1989. 5. 9. 선고 S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제한 법리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게 되었다.

1989년 근로기준법이 제95조 제1항에서 취업규칙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입법화하였으나, 이는 위와 같은 기존의 판례 법리를 명문화한 것일 뿐 새로운 법리를 만든 것이 아니다. 비록 위 법문은 집단적 동의 요건만을 규정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함께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일반성, 추상성으로 인하여 법문에 명시하는 것이 입법기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하고자 한 의사였다고 볼 수 없으며 굳이 그렇게 보아야 할 근거도 없다.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에도 대법원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왔는데, 현재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의 개정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하는 규정은 도입되지 않았다. 다시 1989년 근로기준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판례가 확립해 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권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있고, 근로자들의 동의 여부가 취업규칙의 성립요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 · 변경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에 근본 취지가 있고,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기준법의 법이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변경하려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지 않고 관련 법령의 변화 및 그 취지를 반영하거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다른 근로조건의 변경을 반영하는 경우 등 변경할 내용의 타당성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 그야말로 누가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 권한을 굳이 제한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러한 변경에 대해서까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는 법리를 예외 없이 관철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을 근로관계에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법문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고 폐기할 수 있는 법리도 아니다.

대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더라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기는 하나 그와 같이 변경하게 된 경위와 동기, 내용,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변경된 내용의 타당성을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어 굳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나 기득권 보호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볼 수 없는 사안들이었다. 오히려 위 사례들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정의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에도 반한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고 노사 간의 법률관계를 궁극적으로 안정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이러한 구체적 사례를 분석하여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라거나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남용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 채 법리의 폐기만을 일반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면 과연 현 시점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은 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통해 구체적 사안에서 실질적이고 타당한 법해석을 위해 노력하여 왔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어떤 사업장에서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되었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들 역시 이를 타당하다고 보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장기간 유효한 규범으로 수용하여 온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게 되면 사업장에서 장기간 승인되어 온 타당한 규범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동의절차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단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형성된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으로서 균형 있는 노사관계의 정립에 결코 이롭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것처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무분별하게 적용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을 쉽게 용인해 온 것이 아니다. 즉,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이처럼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 · 적용하여 왔으며, 상당한 기간의 사례 축적을 통하여 현재 재판실무상 위 법리의 폐기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리 적용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

과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것처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고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라는 새로운 법리를 내세워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우선, 다수의견이 동의권 남용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의 객관적 명백성,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 근로자 측이 주장하는 근거나 이유의 합리성'이 어떠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향후 사례의 축적을 통하여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판단기준이 구체화되고 사례가 축적되어 온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서 제시한 기준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고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활용하여야 할 이유와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로서 권리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하는 점, 동의를 거부하는 것이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면 사실상 동의의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는 점에 비추어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동의권 남용 법리를 활용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서도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고 실제 사안에서도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이 인정되어 온 판례 법리로서 노동현장에서 취업규칙의 변경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에 대한 신뢰도 확보된 상태이며,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의 개정과정에서도 배제되지 않았던 법리이다. 사회일반의 신뢰가 구축된 현재 실무적으로 정착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여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