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대북 전단 살포했다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 위법"
[행정] "대북 전단 살포했다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 위법"
  • 기사출고 2023.04.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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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익 해하는 행위 단정 불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단체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한 통일부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규정한 민법 38조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월 27일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두30833)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홍익 법무법인이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대리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20년 4월 30일과 5월 31일, 6월 22일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지도부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지 50만장 등을 대형 풍선 여러 개에 실어 북한 방향 상공으로 살포했다. 이에 통일부가 '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 ·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남북관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자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소송을 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적 ·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이 사건 전단 살포 행위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원고의 활동에 속하는 것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 ·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 야기,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에 대한 중대한 지장 초래 등 피고가 설립허가 취소처분의 이유로 내세우는 공익은 매우 포괄적 · 정치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자 그 저해에 관한 근본적인 책임을 원고나 전단 살포 행위에만 묻기는 어려운 것이어서, 위와 같은 원고의 헌법상 기본권에 근거한 활동보다 피고가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전단 살포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를 종합하여 볼 때, 처분을 통하여 원고의 법인격 소멸을 명하는 것이 그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전단 살포 행위가 일방적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전단 살포 행위는 남북 간의 대치상황 하에 정보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탈북민 등 중심의 정치적 · 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 · 내외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 내의 중요한 공적 쟁점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공적 ·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헌법 제21조 제1항이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권력에 예속되지 않는 자발적 · 독립적 의견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그에 기한 응집된 힘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게 함으로서 민주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목적도 있으므로, 그 헌법적 가치를 쉽게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전단 살포 행위는 그 당시 범죄행위나 그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 이후인 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정한 범위의 전단 등 살포 행위를 금지하고(제24조 제1항 제3호),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제25조 제1항)이 신설되었으나, 그마저도 국민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법인격을 부인하고, 민법 제77조 제1항, 민법 제80조 제1항, 원고 정관 제35조에 따라 잔여재산을 국가 · 지방자치단체나 유사목적을 가진 비영리단체에 귀속시켜야 하는 불이익을 초래할 뿐 원고의 단체성 자체를 부정하거나 원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 또는 원고 구성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