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방열판 보수 작업 중 하청근로자 사망…한국제강 대표 법정구속
[형사] 방열판 보수 작업 중 하청근로자 사망…한국제강 대표 법정구속
  • 기사출고 2023.04.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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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지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원청 대표 실형 선고 처음

경남 함안에 있는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방열판 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두 번째 판결로, 원청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는 4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2022고합95). 양벌규정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한국제강 법인에게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2022년 3월 16일 오후 1시 50분쯤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무게 1,220kg, 규모 가로 300cm, 세로 140cm, 두께 6∼12cm인 철제 방열판 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B산업의 근로자(당시 65세)가 방열판에 왼쪽 다리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근로자가 방열판을 뒤집기 위해 방열판의 러그홀에 섬유벨트를 샤클 없이, 표면이 날카로운 고리에 직접 연결한 후 크레인을 조작하여 방열판을 들어 올리다가 때마침 섬유벨트가 끊어지고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섬유벨트는 오래되어 표면이 딱딱하고, 불티에 용해되거나 긁힌 흠이 있고, 기본 사용하중 표식이 없어져 안전성조차 알 수 없도록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이 근로자는 같은날 오후 6시 20분쯤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왼쪽 대퇴동맥 손상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A는 이전부터 관계수급인인 B산업의 근로자들이 한국제강의 야외작업장에서 방열판 등 중량물을 취급하여 작업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A에게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추락 · 낙하 · 전도 · 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제강의 경영책임자이기도 한 A는 한국제강이 실질적으로 지배 · 운영 ·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 ·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하 통틀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라 한다)가 업무를 각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그 기준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을 반기 1회 이상 평가 · 관리하여야 하고, 제3자에게 업무의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하는 경우에는 종사자의 안전 ·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도급, 용역, 위탁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 · 절차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 뒤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급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거나,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 ·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B산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위와 같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게 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의 양형과 관련,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이는 근로자 등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문제로서 예방의 필요성이 크다"며 "이러한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최근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즉, 안전사고의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등을 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2021. 1. 26.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2022. 1. 27. 시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위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A는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2022. 1. 27.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22. 3. 16. 재차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와 한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추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준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종 평가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에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며 정상참작 사유를 내세웠다.

재판부는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 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유예기간이 있었고, 더구나 한국제강 사업장의 경우 위 시행유예기간 중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관계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간절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