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부당 전역' 소송하다가 연령정년 도달한 군법무관…현역 지위 인정 판결
[행정] '부당 전역' 소송하다가 연령정년 도달한 군법무관…현역 지위 인정 판결
  • 기사출고 2023.04.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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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직무수행 기회 상실 기간만큼 연령정년 연장"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강제 전역당했던 육군 법무관이 14년간 이어진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현역 지위를 인정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월 13일 전직 육군 법무관 A씨가 "현역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20두53545)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동료 군법무관 5명과 함께 2008년 10월 국방부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내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등의 사유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A씨는 2009년 4월 파면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파면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선고되어 같은해 9월 복직했다.

그러나 육군참모총장은 A씨에게 다시 정직 1월의 징계를 내렸고,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2012년 1월 A씨에게 전역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정직 1월과 전역 명령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다시 낸 A씨는 1, 2심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혀 2018년 7월 징계와 전역 명령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

9년 만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나이'가 문제가 됐다. 국방부가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인 4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다시 정년 전역과 퇴역 명령을 내리자 A씨는 다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현역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패소로 판결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국방부의 부당한 처분으로 A씨가 연령정년을 넘기게 되었다며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군인사법은 제8조 제1항에서 연령정년, 근속정년, 계급정년 등 3가지 유형의 정년제도를 규정하였는데, '연령정년'은 계급마다 연한에 차등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연한이 경찰공무원 등 다른 공무원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게 설정되어 있으므로, 군인사법상 '연령정년'에 관한 문제를 다룰 때에 계급적 요소를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군인이 임용권자로부터 파면 등 징계, 전역명령 등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받았으나 그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법한 것으로 확인되어 복귀하는 과정에서 연령정년의 경과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로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군기를 중시하고 집단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신분상 불이익처분이 법령상 정당한 근거 없이 오로지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고, 그 불이익처분으로 인해 해당 계급에서 상위 계급으로 진급함에 필요한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실질적으로 침해 · 제한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며, 이를 용인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일반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한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그 위법성을 도저히 치유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령'이라는 기준의 불가역적인 성질에 비추어, 위와 같은 경위로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파면처분 등에 관한 재판 결과로 중대 · 명백하고 위헌적인 부당함이 거듭 확인된 신분상 불이익처분으로 인하여 상당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하였고, 이와 같이 줄어든 직무수행기간으로 인하여 진급심사를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상실하였으며, 그 필연적인 결과로 해당 계급이 예정한 정상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급별 연령정년에 이르러 결국 진급할 수 없게 되었는바, 위 재판 결과에서 확인된 임용권자의 거듭된 불이익처분의 위법성과 그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의 귀책 없이 초래된 비정상적인 상황 아래 도래한 계급별 연령정년을 원고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있어, 그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는 군인사법 제36조 제1항, 제41조 본문 제2호 등에 따른 공식적인 정년 전역 및 퇴역 처리에도 불구하고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여전히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