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협심증' 법인 택시기사에 산재 불인정 판결
[노동] '협심증' 법인 택시기사에 산재 불인정 판결
  • 기사출고 2023.04.07 1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지법] "발병 전 주당 49시간 근무…상병과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협심증 등을 진단받은 법인 소속 택시기사가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했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인 택시기사인 A씨는 2019년 3월 5일 오후 5시쯤 잠을 자다가 앞쪽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 담당의사로부터 '불안정성 협심증, 우측 경동맥 협착' 등을 진단받았다. 이에 A씨가 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2020구단1209)을 냈다.

A씨는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한 53.98시간을 근무하는 등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하였고,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 복합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었다"며 "업무와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 이창섭 판사는 그러나 3월 15일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거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원고가 유한회사 소속 택시운전사로서 운행하였던 택시의 타코미터 기록을 기초로 원고의 업무시간을 산정한 결과 상병 발병 전 1주일간의 업무시간은 36시간 20분(7일 중 4일 근무), 4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6시간 5분(28일 중 20 일 근무), 12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9시간 8분(84일 중 64일 근무)"이라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업무시간만으로는 원고가 만성적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상병 발병 전날(2019. 3. 4.) 05:52경 택시 운행을 시작하였다가 같은날 14:58경 운행을 마치고 귀가하였고, 상병 발병일(2019. 3. 5.)에도 전날과 큰 차이 없이 운행을 하다가 귀가한 것으로 보이는바(원고 스스로 2019. 3. 5. 05:50경 택시 운행을 시작하였다가 같은날 15:20경 운행을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원고의 통상적인 업무수행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상병 발병 24시간 이내에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예를 들어 고객응대업무로 인한 다툼, 교통사고나 인명사고의 발생 등)이 발생하였다거나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는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 관련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 관련 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회사의 노무관리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에 이를 담당하도록 승인하는 등 그 자체를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하는데(대법원 2014 두35232 판결 등 참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업무부담 가중요인과 관련하여 원고의 업무가 교대제 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나, 원고의 업무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휴일이 부족한 업무(발병 전 12주 동안 월 평균 휴일이 3일 이하 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휴일이 2일 이하인 경우)나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에 의하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판사는 "원고는 상병 발병 이전에 이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고, 흡연(과거 흡연 이력)이라는 상병의 위험인자도 갖고 있었으나, 발병 전에 원고가 만성적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상병 발병 24시간 이내에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았으며, 상병은 원고가 업무를 마치고 수면을 취하는 중에 발생하였다"며 "원고의 업무 또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병의 주된 발생원인인 원고의 기저질환과 흡연 이력에 겹쳐서 상병을 악화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