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하나은행 채용비리' 인사담당자들 유죄 확정
[형사] '하나은행 채용비리' 인사담당자들 유죄 확정
  • 기사출고 2023.04.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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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직원 자녀 등에 특혜, 남성 위주 채용"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직원 자녀 등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주는 한편, 남녀 지원자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할 것을 지시한 인사담당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월 16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 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후임 인사부장 강 모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3393).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인사팀장 오 모씨와 박 모씨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하나은행도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되어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송씨 등 4명은 2013∼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이른바 'VIP 리스트'인 추천 지원자 명단 파일을 작성 · 관리하고 은행 고위 임원과 지점장 자녀나 지인, 주요 거래처 관련자 등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와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공모해 추천 리스트에 기재된 지원자들은 서류전형 등에서 탈락했더라도 학점 등이 너무 부족하지 않으면 다음 면접 전형을 볼 수 있게 특혜를 제공했다. 송씨와 강씨는 또 하나은행 전체 직원 중 남자 직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남녀 합격자 비율을 약 4:1 등으로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채용에 있어서의 공정성이란 지원자 모두가 공평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평가되어, 사전에 정해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 없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하나은행의 채용업무를 담당하면서 추천받은 지원자이거나 특정 대학교 출신 지원자라는 이유로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변경,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에게 다음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면접관들과 하나은행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임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하나은행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대한 신용도 현저하게 훼손하였고, 송씨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여성 지원자의 합격비율을 사전에 부당하게 정해둠으로써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에게 지극히 불리한 조건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기도 하였다"며 "무엇보다 불이익을 받거나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감안할 때, 피고인들의 죄책을 가벼이 평가할 수 없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