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14세 때 출국해 41세에 귀국한 병역 기피자 처벌 가능"
[형사] "14세 때 출국해 41세에 귀국한 병역 기피자 처벌 가능"
  • 기사출고 2022.12.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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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사처분 면할 목적으로 귀국 미뤄…공소시효 정지"

병역 의무자가 국외여행허가기간 안에 귀국하지 않으면 기간 만료 즉시 병역법 위반죄가 성립하고, 처벌을 피하려고 귀국을 더 미뤘다면 그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14세였던 1992년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던 중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자 당시 시행 중이던 병역법에 따라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4차례에 걸쳐 기간연장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 31일 이후 추가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 병무청은 2003년 4월 A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2005년경 비자기간이 만료된 후 학업을 중단해 비자기간 연장을 받지 못하게 되자 불법체류 상태로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36세를 넘어 41세가 된 2017년 4월 귀국했으나 곧바로 기소됐다. 2002년 12월 당시 시행되던 병역법에 따르면,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범행은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 31일 종료해 그때부터 시작된 공소시효(3년)가 이미 지났다고 보아 면소 판결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1일 원심(항소심)이 A씨의 공소시효가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에 즉시 시작된다고 본 것은 옳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5925). A씨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귀국을 미뤘다고 볼 여지가 있어 그렇다면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는 판단이다.

형사소송법 253조 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국외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서는 병무청장으로부터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정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 12. 31. 이후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에 계속 체류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국외 체류 목적 중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인정할 여지가 있고, 달리 이와 양립할 수 없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광주 · 전남지방병무청장은 피고인에 대한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 후인 2003. 1. 10.과 같은해 2. 10.에 피고인에 대한 귀국보증인들인 외조부와 외조부의 지인에게 각 국외여행 미귀국통지서를 송부했다.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8도4101 등)을 인용,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이 정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으로 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범인이 가지는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족하다"고 전제하고,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위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는 국외여행의 허가를 받은 병역의무자가 기간만료 15일 전까지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때에 성립함과 동시에 완성되는 이른바 즉시범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