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평택공장 점거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부상당한 경찰의 치료비와 헬기와 기중기 등 경찰장비 손상 관련 손해 등 14억여원을 배상하라며 국가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조 지도부, 일반 노조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피고 측에 11억여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월 30일 경찰이 헬기로 최루액을 살포하거나 하강풍을 옥상 농성 노동자들에게 직접 쏜 것은 위법일 수 있다며 헬기 파손 책임까지 노동자들에게 물어선 안 된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6다26662 등).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할 최종 배상액은 11억여원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경찰관의 직무수행 및 경찰장비의 사용과 관련한 재량의 범위 및 한계를 고려해 보면,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방법 및 그 과정에서 어떤 경찰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는 구체적 상황과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 등에 비추어 경찰관이 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으나, 그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가하였다면, 불법적인 농성의 진압을 위하여 그러한 방법으로라도 해당 경찰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하여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타인의 생명 · 신체에 대한 위해의 정도가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 내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경찰관이 농성 진압의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이 적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상대방이 그로 인한 생명 · 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그 경찰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경찰항공 운영규칙 제18조 ,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구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경찰장비사용규정)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하여 옥외에서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그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것은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고,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최루제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발사 장치를 통해 사용되어야 하고,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구 경찰장비사용규정은 최루제를 헬기를 이용하여 공중에서 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결국 헬기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여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것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 이루어진 피고들의 헬기손상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점거파업 진압을 위하여 헬기를 이용하여 최루액을 직접 살포하거나 사람을 직접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직무수행이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서 적법한 직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생명 · 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되었는지 및 경찰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진압작전을 펼친 데에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가해행위로 인하여 헬기가 손상된 것인지에 관하여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쌍용차지부 간부 등 A 분류 기재 피고들에 대하여 헬기의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한 직무수행의 적법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기중기 손상과 관련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 원심은 기중기 임대인의 휴업손해 부분을 피고들이 예상가능한 손해로서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피고들이 손해의 발생을 예견하기 어려워 특별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고, 기중기 수리비 손해에 대해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인정한 것(20%의 책임제한)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국가는 크레인업체로부터 220톤, 200톤, 100톤 규격의 독일제 기중기 3대를 임차해 이를 점거파업 진압 현장에 투입했고, 진압작전 수행 중 기중기가 손상될 경우 이를 수리하고 운휴보상을 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 기중기의 조종기사들은 2009년 8월 5일 오전 7시쯤부터 각 기중기에 약 7톤 무게의 빈 컨테이너 1개씩을 매달은 후 경찰들의 지시에 따라 약 1시간 동안 이 컨테이너들을 이용해 조합원들이 자동차조립공장 옥상에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을 부수어 제거하고, 조합원들에게 겁을 주고 조합원들의 화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컨테이너들을 옥상에 내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는 등으로 기중기를 급조작했다.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진압작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러한 대항행위로 인하여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진압작전 중 기중기가 손상되는 것은 원고 스스로가 감수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위와 같이 그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하였다면 그 손상에 관한 원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 측의 책임과 아울러 기중기가 손상된 구체적 경위와 부위, 손상 정도 등을 심리하여 이를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작하였어야 하고, 나아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고가의 장비 손상은 불법 집회 · 시위에 통상 수반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정도 참작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여는이 피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