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 위헌"
[헌법]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 위헌"
  • 기사출고 2022.12.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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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종교의 자유 침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장병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1월 24일 A씨 등 변호사 5명이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당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마941)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 등은 제8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서 모두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A씨 등은 2019년 5월 30일 충남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공익법무소대에 배치되었고, 2019년 6월 27일까지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공익법무관으로 신규 임용되었다. 기초군사훈련 1주차였던 2019년 6월 2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육군훈련소 분대장은 훈련병들에게 "육군훈련소 내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참석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A씨 등은 분대장을 찾아가 종교가 없으니 어느 종교행사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위 분대장은 '종교가 없더라도 경험 삼아 한 번쯤 참석해보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와서 불참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A씨 등은 재차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고 육군훈련소 내 각 종교시설에서 진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A씨 등은 육군훈련소장이 자신들에 대해 육군훈련소 내 종교 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타인에 대한 종교나 신앙의 강제는 결국 종교적 행위, 즉 신앙고백, 기도, 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하여만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내심이나 신앙에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의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청구인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피청구인 육군훈련소장이 위 4개 종교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이자, 여타 종교 또는 무종교보다 이러한 4개 종교 중 하나를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으므로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위반하여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또한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하여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군에서 필요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해당 종교와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여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크고, 훈련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교적 수단 이외에 일반적인 윤리 교육 등 다른 대안도 택할 수 있으며, 종교는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신념일 수 있는 만큼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