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사가 임의 비급여 진료에 실손보험금 지급했어도 직접 병원에 반환 청구 불가"
[보험] "보험사가 임의 비급여 진료에 실손보험금 지급했어도 직접 병원에 반환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2.09.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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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권자대위권 행사 안 해도 보험금 반환받는데 장애 없어"

임의 비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보험사가 실손보험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가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하고 진료비를 받은 병원을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임의 비급여 진료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되지 않은 진료 행위로,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하고 진료비를 받는 행위는 위법, 무효이다. 따라서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비급여금액으로 지급받은 병원은 비급여상당액을 환자들에게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환자(피보험자)들 역시 보험사에 보험금으로 받은 비급여상당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인 피보험자(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요양기관(병원)의 채무자에 대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이유로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민법 404조 1항),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또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 ·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월 25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트리암시놀란 주사' 치료를 하고 진료비를 받은 병원장 A씨를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낸 채권자대위소송의 상고심(2019다229202)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삼성화재에 의료실비보험을 든 환자들은 A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비염 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를 맞았다. A씨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모두 2,700여만원의 진료비를 받았고, 환자들은 삼성화재로부터 이 진료비를 실손보험금으로 수령했다.

삼성화재는, "A씨가 피보험자들(의료실비보험을 든 환자들)에게 행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이므로 피보험자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며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피보험자들을 대위해 A씨를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지만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심리하지 않은 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여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A씨가 상고해 열린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그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그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이고, 동시에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그 진료행위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보험자는 요양기관의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인 경우에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변제받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고, 자신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압류하여 추심 · 전부명령을 받는 등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피보험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금전채권으로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피보험자들의 무자력이 요구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 · 증명이 없고 피보전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으며, 원고가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성문용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삼성화재는 법무법인 도원과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