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빌라 땅 주인, 대지지분 가진 구분소유자에 대지 사용료 청구 불가"
[민사] "빌라 땅 주인, 대지지분 가진 구분소유자에 대지 사용료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2.09.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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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민법상 공유물 법리 그대로 적용 불가"…판례 변경

아파트나 빌라의 소유권은 보유하지 않은 채 집합건물이 들어선 대지의 지분권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정한 대지지분'을 포함하여 아파트나 빌라를 소유한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대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8월 25일 서울에 있는 4층 규모의 빌라 대지의 지분권자인 A씨가 "대지의 사용 · 수익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빌라 구분소유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57067)에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1978년 7월 이 빌라의 대지 중 39.188/461.4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고, 2011년 5월 이 대지 중 58.78/461.4 지분을 상속받아, 각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합계 97.968/461.4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나, 1980년 12월 이 대지 위에 4층 빌라가 들어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현재까지 A씨의 아버지와 A씨는 집합건물인 이 빌라의 소유자로 등기된 적이 없다. B씨는 2003년 8월 빌라 1층 2호와 대지 중 18.12/461.4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사건의 쟁점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아니면서 대지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지사용권으로서 전유부분 면적비율에 상응하는 대지 공유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대지의 사용 · 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 수익할 수 있으므로 공유토지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사용 · 수익하는 공유자는 자신이 보유하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 없이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른 판단이었다.

B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그러나 "집합건물의 경우 대지사용권인 대지지분이 전유부분에 종속되어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는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이는 대지 공유자들 중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라며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는 대지의 사용 · 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구분소유자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졌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게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을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건물의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과 별도로 대지를 사용 · 수익할 권원을 필요로 하는데, 집합건물의 경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의 여러 규정에 의하면 대지사용권인 대지지분이 전유부분과 개별적으로 일체화되어 결합되는 관계에 있다"며 "따라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는 일반적인 공유관계와 달리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이 보지 않을 경우,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대지의 사용 · 수익에서 배제되는 손해를 전보받기 위하여 모든 구분소유자 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 하고, 또한 대지를 공유하는 구분소유자들 상호간에도 대지의 사용 · 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두고 연쇄적인 소송으로 이어져 소송경제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