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삼성특검법' 처리
국회 '삼성특검법' 처리
  • 기사출고 2007.11.27 08: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선축하금' · 경영권 승계 등 수사 대상대통령 거부권 변수…실행 여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삼성비자금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선을 26일 앞둔 시점에서 삼성특검법이 정치권의 합의로 통과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삼성이라는 경제적 '성역'과 정 · 관계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대선정국은 물론 경제계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삼성비자금 특검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89명 가운데 찬성 155표, 반대 17표, 기권 17표로 가결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없이 특검법을 공포하면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특검이 가동되기 때문에 이르면 대선이 끝난 직후인 내달 하순께부터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헌법 53조의 규정에 따라 특검법이 정부에 이송된 이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再議)를 요구할 경우, 대선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 재의 표결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특검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현 시점에서는 정치권이 삼성특검법을 합의 처리한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재의 가결에 필요한 출석의원 3분 2를 넘길 수 있겠지만, 대선후 정국이 지금과 판이하게 전개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거부권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직도 유효하고 법안이 우리가 얘기한 특검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는 단계를 전후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삼성특검법은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와 관련,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과 공직자에 대한 뇌물제공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토록 했다.

특검법은 또 제안이유에서 특검 대상에 '당선축하금'이라는 용어를 넣어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2002년 대선 이후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수수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고, 법리상 97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토록 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 재판과정에 있어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 회사지분거래 등 4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범위에 포함시켰다.

법안은 또 특검은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의 특검보와 3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을 두도록 했고, 수사기간은 60일로 하되, 30일(1차)과 15일(2차) 이내에서 두차례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삼성에 대한 최초의 특검법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특검에 의해 진실규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특검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청와대로서는 근거없는 주장에 의해 수사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 언짢을 수도 있지만, 참여정부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부라고 믿기 때문에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사회적으로 의혹이 있었던 이 문제가 특검법 통과로 명백하게 가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특히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지난 2002년 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 등 그동안 수사대상이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피고용인이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는 등의 이유로 해고나 그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 64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지난 8월2일 노 대통령이 다른 과거사 관련 법안들과의 형평성 및 재정부담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안'에 대해 이날 무기명 재의 표결을 실시해 재석의원 160명 가운데 찬성 52표, 반대 104표,기권 2표, 무효 2표로 부결시켰고, 법안은 폐기됐다.

국회는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예산안 삭감 총액 규모를 둘러싼 신당과 한나라당의 이견과 물리적인 심사 기간의 부족으로 인해 상정하지 못했으며, 예산 처리는 다음달로 넘겨지게 됐다.



맹찬형 기자[mangels@yna.co.kr] 2007/11/23 18:23:10

Copyright 연합뉴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