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중동 시장 본격 회복…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 기대"
"고유가에 중동 시장 본격 회복…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 기대"
  • 기사출고 2022.07.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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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로펌 한국팀장 윤덕근 변호사…율촌, 알타미미 거쳐 두바이 상주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장기간 침체되어 있던 중동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건설과 신도시, 가상자산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4월부터 240년이 넘는 역사의 영국 로펌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로 옮겨 두바이 현지에서 자문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는 "최근 중동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고 매우 고무된 표정으로 중동 소식을 전했다.

◇한국의 메이저 로펌 출신으로 지난 4월부터 영국 로펌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에서 한국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고유가에 중동 경기가 본격 회복세라며 한국 기업들에게도 많은 투자기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메이저 로펌 출신으로 지난 4월부터 영국 로펌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에서 한국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고유가에 중동 경기가 본격 회복세라며 한국 기업들에게도 많은 투자기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7기로 마친, 변호사 경력 11년이 넘는 중견 한국변호사로, 외국 로펌에 근무하는 몇 안 되는 한국변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또 공군법무관 근무를 마친 2011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8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사건을 처리한 한국의 메이저 로펌 출신으로, 율촌에 있을 때 영국의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으로 연수를 떠나 건설법(Construction Law)과 분쟁해결 분야를 공부한 후 율촌 소속으로 영국의 건설 전문 로펌인 핀센트 메이슨(Pinsent Masons) 런던 사무소에서 파견근무하기도 했다.

율촌 출신, Trowers & Hamlins 한국팀장 맡아

외국 로펌으로 옮긴 것은 2019년 3월. 당시 중동 최대 로펌인 알타미미(Al Tamimi & Co)에 합류해 3년간 한국 기업 등을 상대로 특히 중동지역의 민관합작투자사업(PPP), 건설 분쟁 등과 관련해 많은 사건을 수행한 그는 지난 4월 Trowers & Hamlins에 한국팀장으로 스카웃되었다.

한국의 클라이언트 기업 방문과 한국 로펌 등과의 협업 추진 등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윤 변호사를 만나 차츰 활기를 띠고 있는 중동지역의 투자 움직임에 대해 들어보았다.

윤 변호사는 먼저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2021년 4분기에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하고, 한전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아랍에미리트(UAE) 해상 석유생산시설과 아부다비의 육상전력망을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며 "올해 상반기 한국 기업의 수주가 저조한 편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사우디를 중심으로 원전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전이 컨소시엄 파트너인 일본 규슈전력, 프랑스 EDF와 함께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삼성물산은 설계와 시공을, 한국수출입은행이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하는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UAE 해저송전망 프로젝트는 2개 구간 총연장 259km에 달하는 해저송전망을 건설한 후 이를 35년간 운영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약 4조 2천억원의 메가 프로젝트다. Trowers & Hamlins는 이 프로젝트에서 ADNOC(아부다비석유공사)에 자문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또 "UAE의 경우 2021년 10월 중동 국가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달성을 선언하면서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다수 계획되어 있어 2021년 3월 체결된 한-UAE 수소경제협력 MOU를 통한 양국 기업간 협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몇 년 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UAE와 바레인 등의 암호화폐, 가상자산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에도 주목했다. 최근 두바이의 가상자산규제법 제정 등 UAE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한국의 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의 UAE 진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주목

윤 변호사는 특히 내년 중 공식 발주 예정인 원전 2기의 건설,  서울시의 44배 면적에 달하고 총 사업비가 650조에 이르는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추진 등 중동의 강자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기업들을 위한 수주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네옴시티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 · 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더 라인(The Line)' 인프라 공사(사업비 1조 3천억원) 수주에 성공했고, GS건설, 희림, 한미글로벌 등 다수의 건설사가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거나 소기의 수주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비 2.5조원의 바레인 경전철 사업, 쿠웨이트 민관합작사업청(KAPP)에서 발주한 아주르 독립용수력전력발전(IWPP) 프로젝트 2기, 알 카이란 독립용수력전력발전 프로젝트 1기 등이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중동의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해 사업을 하려면 일류 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아야 할 터, 윤덕근 변호사가 코리아 데스크를 맡고 있는 Trowers & Hamlins의 강점은 무엇일까. 윤 변호사는 먼저 Trowers & Hamlins가 오래 전부터 영국과 중동에 특화한 로펌임을 강조하고, 현지법인 설립 등 초기 투자단계부터 사업 운영 등과 관련된 분쟁해결까지 원스톱으로 도와줄 수 있는 로펌이 Trowers & Hamlins라고 소개했다. Trowers & Hamlins는 일반 기업자문은 물론 특히 건설 및 부동산 분야가 강하며, 두바이와 아부다비, 바레인, 오만 등 중동에만 4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이와 함께 "한국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는 한국변호사가 한국법의 입장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쟁점 이슈 등을 설명하고, 반대로 한국 클라이언트가 부닥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를 준거법이나 중동법에 맞춰 전달함으로써 한국 기업과 현지 변호사들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고 문제 해결의 성사율을 높이는 것이 Trowers & Hamlins의 강점"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목이 Trowers & Hamlins가 한국 메이저 로펌 출신의 윤 변호사를 한국팀장으로 영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윤 변호사는 "한국법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에게 한국법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당사자들이 매우 편해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한국법 입장에서 설명 강점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에선 Private Wealth Team이라는 자산관리팀을 별도로 두어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런던 사무소엔 한국계의 김세림 영국변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Trowers & Hamlins의 전체 변호사는 약 550명. 아시아 시장 개척의 거점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는 2015년 외국 로펌으로는 최초로 로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중동에서만 4년째 상주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는 지난해 건국 50주년을 맞은 UAE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다양한 법과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가지 더 추가했다. 올해부터 주말이 금요일~토요일에서 토요일~일요일로 바뀐 것 외에 회사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설립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 지사 또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요구되던 로컬 서비스 에이전트 선임 요건도 폐지되었다고 한다. 종전에는 외국인이 UAE에 회사를 설립하려면 UAE 로컬 파트너에게 지분 51% 이상을 제공해야 하고, 에이전트도 선임해야 해 로컬 파트너 등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적지 않았는데, 이러한 요건이 폐지되어 한국 기업의 UAE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게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법의 제정 외에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주요 내용을 채택한 연방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노동법과 상표법 등의 개정이 모두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판매를 대리하는 로컬 에이전트에 관한 대리상법(Commercial Agency Law) 또한 올해 중 개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