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T] 가상자산 규제와 범죄, 현황과 전망
[TMT] 가상자산 규제와 범죄, 현황과 전망
  • 기사출고 2022.07.01 09: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가상자산 총 거래금액은 15조 8천억 달러(약 1경 9천조원)으로 전년대비 550% 증가했고, 이중 불법거래 금액은 140억 달러(약 16조 9천억원)라고 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55조원이고,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된 가상화폐는 1,257개이며, 일일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원, 가상화폐 투자자는 558만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 55조원

가상화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1월, 당시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그러한 규제는 실행되지 않았다. 2018년 5월 대법원은, 필자가 비트코인 경로 추적 등으로 수사에 참여했던 음란물 판매업자의 비트코인 몰수 청구에 대하여,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으로 취득했다면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이재승 변호사
◇이재승 변호사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가상자산의 정의 규정을 두고, 가상자산업자에게 신고의무와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였는데, 비록 가상자산을 최초로 규율한 법률이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금세탁행위와 테러자금조달행위와 관련된 가상자산의 규제를 위한 것으로서 가상자산의 제도화로 보기는 어렵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소득세법이 가상자산과 관련된 내용을 일부 규율하고 있다.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하고 250만원 기본공제를 적용한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할 예정이다.

5년간 가상자산 범죄 피해 4.7조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4조 7천억원에 달하고 피해자는 1만 2천명이 넘는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범죄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가상자산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로서 현재 가상자산 관련 범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기죄, 방문판매법위반죄, 또는 유사수신행위법위반죄에 해당되는데, 신규 가상화폐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이고 다단계방식이나 유사수신의 형태로 돈을 편취하는 형태로서, 전통적인 사기, 다단계 범죄의 아이템이 가상자산으로 바뀐 유형이다.

둘째는 가상자산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로서, 해킹이나 악성코드를 통해 개인이나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불법 탈취하는 유형인데 이는 정보통신망법위반죄나 업무방해죄, 사전자기록위작 · 변작죄 등에 해당된다. 일본의 거래소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파산했고, 우리나라의 거래소 한 곳도 핫월렛(hot wallet)에 보관 중이던 가상화폐 약 350억원을 도난 당하는 등 피해규모가 매우 크다.

세 번째 유형은 가상자산을 범죄수익 은닉 수단으로 삼는 경우이다. 토어(TOR)같은 다크웹에서 마약이나 음란물을 판매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는 범죄가 대표적이다.

테라 · 루나 사태, 이더리움을 활용한 파생상품 판매업체 셀시우스의 출금 중단 사태,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폭락 등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다시금 가상자산의 제도화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6월 16일 새 정부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을 담은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최초의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디지털자산 발행, 거래지원(상장) 등 주요 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를 마련하여 소비자보호와 거래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조만간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하여 상장심사기준, 유의종목지정, 불공정거래 감시, 공시 체계, 투자자보호 방안 등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MiCA, EU 상임위 통과

우리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 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과 관련된 입법 동향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3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의 책임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Ensuring Responsible Development of Digital Assets)'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소비자와 투자자보호 방안, 금융시장 안정 방안, 불법금융 방지 방안 등에 대해 올해 안으로 각 정부 부처에 검토를 지시하였고, 며칠 후인 같은 달 14일에는 유럽연합(EU) 상임위원회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에 관한 단독 법률안인 「가상자산 시장규제법(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MiCA)」을 통과시켜 조만간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데, 이 법률안은 기존 금융서비스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가상자산에 관하여 '혁신 및 공정한 경쟁을 지원'하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가상자산의 규제가 관련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사기성 가상화폐 다단계 판매와 같은 전통적인 사기범죄는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거래소들이 거래지원(상장) 단계에서 코인의 기술적 효용성 이외에 '프로젝트의 사업성'까지 살펴보고 그 내용이 적절히 소비자들에게 공시된다면 가상자산 자체에 구조적 위험성은 없는지, 폰지 사기의 우려는 없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대상 해킹 범죄 증가 예상

한편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한 해킹 범죄나 가상자산을 범죄수익 은닉 수단으로 삼는 범죄는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테라 · 루나 사건은 쉽게 코인의 사기성을 입증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코인 활용 사기 사건 수사와 달리 테라 · 루나 코인의 폭락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심거래들, 즉, 가상자산의 이동 경로 분석, 주요 주소 정보 등의 분석 등 블록체인상의 소위 '온체인 분석(on-chain analysis)'이 범죄 혐의 입증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금융범죄 유사 가상자산 관련 사건은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된 사이버수사 기법도 고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이버범죄의 초국가적 성격상 신속하고 긴밀한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므로 장기간 논의와 연구가 계속되어 온 '유럽 사이버범죄 방지 협약(부다페스트 협약)'의 가입도 가상자산의 제도화 과정에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재승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 전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js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