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일몰제 직전 '주택 절반 수용' 북악산 공원 실시계획 인가 무효
[행정] 일몰제 직전 '주택 절반 수용' 북악산 공원 실시계획 인가 무효
  • 기사출고 2022.05.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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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관련 기득권 중하게 고려해야"

성북구가 일몰제에 의해 장기미집행 상태인 북악산 공원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실효되기 직전 주택의 절반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공원으로 수용하는 실시계획을 인가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서울 성북구에 대지 99㎡와 주택, 임야 20㎡, 대지 73㎡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토지들은 1967년 12월 건설부가 고시한 지형도면의 북악산 공원 내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 북악산 공원은 북악산 도시자연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그 면적을 조정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수차례 이루어졌다. 

성북구청장은 일몰제에 의해 이 공원에 대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도시자연공원)이 실효되기 직전인 2020년 5월 '2020 북악산 도시자연공원 사업'의 실시계획인가를, 같은해 8월 변경인가를 고시했는데, 그 사업부지에는 A씨의 토지와 주택의 일부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제1주택의 경우 주택의 절반 정도가 '절단되는' 형태로 수용되고, 제2주택의 경우 대부분이 수용되게 되자 A씨가 실시계획인가처분 등은 무효라며 소송(2020구합86972)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3월 25일 "실시계획인가처분 등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A씨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일몰제 시행과 맞물려 이루어지는 실시계획인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해당 부지를 최종적으로 공원부지로 만들어야 할 시행의 필요성(즉 집행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고 분명한지, 해당 부지 소유자가 그 동안 받아온 재산권 제약의 정도와 기간, 해당 부지에 대한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짐에 따라 생기게 될 재산권 박탈로 인한 사익 침해의 정도 등을 특별히 중하게 고려하여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특히 도시자연공원에 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이루어질 당시에 이미 해당 부지 위에 주거용 주택 등 건축물이 존재하였던 경우에는, 이후 해당 부지에 관한 일몰제가 시행됨에 있어서 해당 부지에 관한 실시계획인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그와 관련한 기득권을 중하게 고려해야 함이 마땅하고, 게다가 주거용 건축물이 서있는 부지의 일부만에 대하여 기존의 도시계획시설(도시자연공원) 부지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부지는 일몰제에 임박하여서는 실시계획인가처분을 할 필요성 자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그 '시행'의 상대적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각 처분 중 시행대상 부동산(사업부지로 포함된 A의 토지 및 주택의 일부)에 관한 부분은 일몰제를 앞둔 상황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과 관련한 재량권 행사를 현저하게 그르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 · 명백함이 분명하다"며 "나아가 실시계획인가에 관한 일반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각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은 명확하고 그 정도도 중대한 반면, 애초에 각 처분이 원래 달성하고자 했던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각 처분을 통해 일부 공익 목적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하므로, 결국 각 처분은 공익과 사익간의 불균형이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 처분으로 인해 시행대상 토지뿐만 아니라 시행대상 주택의 절반 또는 대부분이 그 시행 대상이 되어 수용될 예정이고, 특히 위 시행대상 주택의 경우 그 수용규모 및 위치 등으로 볼 때 나머지 부분도 원래의 형상을 유지하며 존속하거나 본래의 기능으로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므로, 원고가 잔존 부분에서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주택의 절반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도시자연공원에 관한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게 된 문제점은, 애초에 주택이 존재함에도 그 부지 중 일부만을 도시자연공원시설로 결정한 당초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일몰제를 앞두고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실효를 막기 위한 사업의 '시행'의 의미를 가지는 실시계획인가 결정을 함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점을 토지 및 주택 소유자가 '당연히 수인'해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그 재량을 행사하는 것은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정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