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조 후생복지실장 겸직했다고 조장 직위해제한 하이트진로, 부당직위해제 · 부당노동행위"
[노동] "노조 후생복지실장 겸직했다고 조장 직위해제한 하이트진로, 부당직위해제 · 부당노동행위"
  • 기사출고 2022.05.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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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정당한 인사권 범위 벗어나"

생산공장의 반장, 조장이 노조 후생복지실장 등 노조 간부를 겸직했다고 반 · 조장에서 직위해제한 것은 부당직위해제이자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3월 24일 하이트진로가 "A씨 등 근로자 4명의 반 · 조장직 직위해제가 부당하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60519)에서 이같이 판시, 하이트진로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훈 변호사가 피고보조참가한 A씨 등 4명을 대리했으며, 하이트진로는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7월 '노조 간부와 반 · 조장의 겸직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A 등 4명을 포함해 마산공장 근로자 28명을 반 · 조장직에서 직위해제하고 다른 근로자 10명을 반 · 조장에 보임했다. A 등 피고보조참가한 4명은 마산공장의 생산관리직으로서, A는 생산관리파트 조장의 직책과 함께 노조 후생복지실장을 맡고 있었고, 나머지 3명도 제품 반장 또는 조장과 함께 노조 문화체육실장, 교육선전실장, 안전부장을 각각 맡고 있었다. 하이트진로의 마산공장에선 종전에는 맥주를 생산하다가 2019년 4월 1일부터 소주를 생산했다. 

A 등 4명은 직위해제에 대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경남지노위가 '위 직위해제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한 신분상 강등과 경제적 불이익이 있으며, 충분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려워 부당하고, 불이익취급 및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하이트진로가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반 · 조장의 직책을 맡은 근로자가 단지 노조 간부라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비조합원이나 다른 노조의 조합원에게 형평성 있게 대우하지 않는다거나 그 직책의 수행과정에서 지득한 경영상 정보를 유출하는 등의 위험이 증대된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이에 관하여는 사전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교육이나 서약서 등의 징구, 사후적으로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징계 내지 형사처벌 등의 수단이 강구될 수 있음에도 애당초 노조 간부의 반 · 조장직 보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의 노조가입과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정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직위해제에 따른 업무상의 필요성보다 참가인들(A 등)이 입은 생활상의 불이익이 더 크고, 직위해제를 하는 과정에서 노조 내지 참가인들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직위해제는 참가인이 가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생산계획 조정이 필요하여 노조와 대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조 활동의 내용이나 성질에 기한 것에 불과하고, 노조 간부로서의 업무 수행으로 인하여 반 · 조장 업무의 공백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업무의 조정, 노조와의 협의, 반 · 조장직에 대한 노조와 비노조원 간의 적정한 분배 등의 조치 없이 노조 간부의 반 · 조장직 보임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더욱이 원고가 주장하는 명목들을 들어 겸직 금지 방침을 그 대로 관철할 경우에는 회사 내 중간관리자적 성격을 가진 어느 직책이나 보직도 노조 의 간부가 언제나 맡을 수 없는 것으로 귀결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이트진로는 "참가인들이 속한 마산공장의 반 · 조장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함에 따라 다른 공장들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생산효율을 보이고 있으므로, 다른 공장과 동일하게 반 · 조장제도를 실질화할 필요성에서 이 사건 직위해제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노조 간부와 반 · 조장의 겸임 및 생산효율의 저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예를 들어 같은 공장 내 반 · 조장직과 노조 간부를 겸임하는 근로자가 속한 반 · 조와 이에 해당하지 않는 반 · 조 사이에 생산 효율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원고는 반 · 조장과 노조 간부를 겸직하지 않는 다른 공장들과의 형평을 주장하나, 원고의 전주공장에서는 이 사건 직위해제가 있기 전까지 그 겸직이 인정되었고, 각 공장마다 구체적인 근로여건이나 겸직 가부에 관한 노조 내지 근로자들의 인식 등이 상이한 것으로 보이므로, 다른 공장의 사례를 들어 이 사건 직위해제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그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참가인들이 속한 마산공장 내에 서 노조 간부가 반 · 조장직을 겸직하는 것은 수년 이상 허용된 것으로서 이에 대한 참가인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신뢰가 컸던 점, 원고의 겸직 금지 방침에 대하여 노조 측이 지속적으로 반대하였음에도 원고가 그 설득을 위하여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직위해제 시행 이전에 노조 내지 참가인들과 사이에 반 · 조장의 노조 간부 겸직 문제에 관하여 성실히 협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절차적 흠을 지적하고, "이 사건 직위해제는 근로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고, 노조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부당노동행위도 인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