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고령화와 로펌의 정년제도
변호사의 고령화와 로펌의 정년제도
  • 기사출고 2007.11.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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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펌선 60~70대 변호사도 스카우트 대상
세계 어느 로펌이든 통상적으로 변호사들의 연령이 많아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년 제한을 두기도 하고, 여러 수단으로 고령의 변호사들로 하여금 은퇴하도록 하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는 이들 고령의 변호사들이 직접 일을 하지 못해 시간당 빌링을 하지 못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결과인 듯 한데, 미국에서는 최근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방대한 네트워크 고객유치 도움

Howrey는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두고 있는 로펌이다. 새로운 시장인 뉴욕 법률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전략중 하나로 Howrey는 뉴욕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다수의 고객사들과 관계가 있는 3명의 변호사를 스카우트 했다. 이들의 나이를 더하면 통산 208세가 된다.

74세의 마이클 암스트롱, 65세의 윌리엄 퍼셀, 69세의 폴 루니가 그들이다. 뉴욕의 옛 시장이였던 존 린지를 알고, 한때 1년차 변호사의 연봉이 6500불 이었던 것을 기억할 만큼 나이가 든 변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Howrey가 새로운 고객과 변호사들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재능있는 변호사를 확보하고자 하는 곳은 Howrey뿐만이 아니다. ‘McDermott, Will & Emery’는 지난 7월 62세의 부동산 분야 전문변호사인 헨리 크리스쳔슨을 경쟁사인 Sullivan & Cromwell에서 스카우트 해 왔다. ‘LeBoeuf, Lamb, Greene & MacRae’는 증권소송 전문변호사인 랠프 페랄과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인 아써 매리오트를 모두 60대일 때 ‘Debevoise & Plimpton’에서 스카우트 해 왔다. 일부 대형 로펌들은 또 67세의 윌리엄 카멜 변호사가 ‘Winston & Strawn’에서 정년퇴임할 때 그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지금 뉴욕 외곽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소 로펌인 ‘Ford & Harrison’에서 활약하고 있다.

변호사들 평균 연령 갈수록 높아져

지금은 환갑이 넘은 변호사가 더 이상 펜션에 머물면서 석양 밑을 산책할 때가 아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고 더욱 건강해짐에 따라 많은 변호사들이 70대에 이를 때까지도 전문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평균 연령은 1980년 39세였으나, 2000년엔 45세로 상승했다. 또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변호사들만 그런 게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기업가들의 평균 연령도 상승하고 있다. 고객사 담당자들의 연령도 같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1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있는 대형 로펌의 57%는 은퇴 연령을 사규로 정해 연로한 변호사들이 일정 연령에 이르면 로펌을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히 정한 연령한계가 없는 로펌도 있다. 경제적인 이슈가 이러한 분화를 촉진시킨다. 한 로펌 인사 담당자는 "변호사가 더 젊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로펌들은 시니어 변호사들의 수익을 재분배하기를 원할 뿐 아니라 시니어 변호사들이 젊은 스타 변호사에게 리더십을 내어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고객을 끌어올 촉망받는 젊은 변호사 또는 앞서가는 송무 변호사를 위해 시니어 변호사들이 자리를 물려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년퇴임제도는 로펌의 인사담당자들이 시니어 변호사들에게 어색한 대화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해준다. 어느 누구도 수십년 간 일해 온 시니어 변호사들에게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57% 정년제 운영

반면 최근에는 역동적이며 새로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로펌들, 특히 장기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시니어 변호사들을 모색하는 로펌들도 있다. 사실 40년의 경험과 방대한 연락망을 가진 변호사들은 이처럼 영역을 확대하려는 로펌들에 특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은퇴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운영하면, 이처럼 재능있는 고참 변호사들을 채용하는 데 유리하다. 예컨대 LeBoeuf는 얼마 전 임원위원회에서 "65세의 은퇴연령을 경우에 따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유명한 송무 변호사인 59세의 알랜 샐피터를 채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또 경륜있는 변호사들 뿐만 아니라 젊은 변호사들에게도 매력이 될 수 있다. 특허소송 전문가인 로버트 칸트너는 "’DLA Piper’의 유연성 있는 정년 제도가 나를 ‘Baker & Botts’에서 DLA로 오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칸트너는 "내 아내는 내가 은퇴해서 집에 머물며 그녀를 귀찮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한답니다"라고 덧붙였다.

‘Pillsbury Winthrop’과 같은 로펌들에서는 각 파트너 별로 은퇴 및 승계계획을 설계하기로 했다. 각 변호사의 요청이나 평가 등을 반영해 각각의 은퇴 및 승계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고객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일부 로펌에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에 대한 은퇴정책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이다. 젊은 파트너들은 좋은 사무실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확대하게 될 것이며, 로펌들이 관련된 가운데 진행중인 연령 차별 소송의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로펌들은 또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인구학적 변화에 부응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어쩌면 70대 파트너 변호사들의 채용보다 정년퇴임제도가 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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