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주상복합 점포 내에 기둥 있는데도 수분양자에 알리지 않았으면 손해배상해야"
[손배] "주상복합 점포 내에 기둥 있는데도 수분양자에 알리지 않았으면 손해배상해야"
  • 기사출고 2022.03.2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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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고지의무 위반…알았으면 계약 안 했을 것"

주상복합건물 점포 내부에 기둥이 있는데도 이를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2월 10일 A씨 등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내 각 점포에 관해 2017년 5∼8월 2억 8,200여만∼6억 8,800여만원을 매매대금으로 한 분양계약을 한국자산신탁과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완납한 뒤 2019년 10∼11월 각 점포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4명이 "각 점포 내부에 기둥이 설치된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상가를 분양한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1나2036470)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670여만∼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건물은 B사와 한국자산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계약을 맺고 신축해 분양했으며, 오피스텔 456호실, 문화집회시설 7,007.1㎡, 근린생활시설 14,957.2㎡로 구성되어 있다.

재판부는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 위치, 크기 등에 관하여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과 같이 상당한 규모의 상가건물 내부에는 하중을 지탱하기 위한 건축적 필요에 의하여 기둥이 설치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는 하나, 그러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벽면이 기둥의 중심을 지나게 하여 점포 내부에 침범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벽으로 이웃한 점포들이 기둥에 의하여 침범되는 전용면적을 서로 같거나 비슷하게 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도면에 나타난 바와 같은 원고들이 분양받은 각 점포와 인접 점포의 현황, 각 점포 내 기둥의 위치와 형태, 면적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관행상 원고들이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에 관하여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측 분양상담직원이 원고들과 같은 수분양자들에게 보여준 '판매시설 도면 및 분양가(B1~2층)'에는 기둥이 존재하는 위치에 '□' 표시가 되어 있으나(분양가 등 기재로 인해 위 표시가 일부 가려지기도 하였다), 위 도면에는 위 '□' 표시가 기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별도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정확한 크기나 면적이 표시되어 있지도 않았으며('층별 평면도' 등도 마찬가지이다), 피고 측 분양상담직원도 위 '□' 표시가 기둥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이를 안내하라는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하였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위 '□' 표시만으로 원고들이 각 점포 내에 기둥이 존재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기둥이 어느 위치에 설치되는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점포 내부에 기둥이 존재하는 경우 그 부분은 사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야나 채광, 공간 활용, 동선 등에 제약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교환가치 또는 사용가치, 업종 전환 등의 호환성, 임대료 수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각 점포의 경우 내부에 설치된 기둥의 위치와 형태, 면적 등에 비추어 기둥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내부의 공간 활용 및 동선이 제한되고 가시성이 방해되며, 그로 인하여 교환가치나 사용가치 등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로서는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알았더라면 적어도 각 분양계약에서 정한 분양대금 등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분양계약 제20조(유의사항)에 '타입이나 호실에 따라 내/외부 창호, 붙박이장, 주방가구 등의 크기, 구성, 형태, 기둥의 유무 및 크기 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기재가 있고, '위 유의사항 등에 대하여 반드시 사전에 숙지하시기 바라며, 추후 미확인에 따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이는 수분양자들에게 점포 내부에 기둥이 존재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환기시켜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서 분양계약서에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으로 보일 뿐, 위 문구만으로는 원고들과 같은 수분양자들에게 스스로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원고들에게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고지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거나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을 면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각 분양계약의 내용 및 체결 경위, 분양대금의 액수, 고지의무 위반의 내용과 정도, 각 점포 내에 설치된 기둥의 위치와 크기, 그로 인한 각 점포의 재산적 가치나 이용 가능성의 침해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이 각 분양계약에 따른 분양대금 중 각 점포 내에 설치된 기둥으로 인한 전용면적 대비 공간제한면적 비율 상당의 금액을 원고들의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각 670여만∼4,500여만원으로 정했다.

법무법인 서율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