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누구든지 은행원에 다른 사람 계좌번호 요구하면 처벌' 위헌
[헌법] '누구든지 은행원에 다른 사람 계좌번호 요구하면 처벌' 위헌
  • 기사출고 2022.02.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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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월 24일 누구든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금융실명법 4조 1항과 6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2020헌가5)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경제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금융거래는 그 역할이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 비밀을 보장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 사실이나, 금융거래는 금융기관을 매개로 하여서만 가능하므로 금융거래정보를 필연적으로 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는 금융기관 및 그 종사자에게만 정보의 제공 또는 누설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금융거래의 비밀은 보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4조 1항과 6조 1항은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요구행위 자체만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제공요구행위에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수반되지 않거나,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행위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명의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금융거래정보가 필요하여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그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등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행위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죄질과 책임을 달리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정보제공요구의 사유나 경위, 행위 태양, 요구한 거래정보의 내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이 중요한 공익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이 정보제공요구를 하게 된 사유나 행위의 태양, 요구한 거래정보의 내용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거래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그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일반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8월 27일 '은행원에게 다른 사람 명의의 은행 계좌번호 제공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약식기소되어 2019년 7월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가 위 정식재판 계속 중 금융실명법 4조 1항과 6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