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구, 한국 로펌들 매출 고공행진
코로나19 불구, 한국 로펌들 매출 고공행진
  • 기사출고 2022.02.16 0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A 폭주 · 신규 자문수요 확대 …"한국 법률시장 고도화" 전망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요 로펌들이 지난해 M&A 거래 등 자문시장이 확대되며 1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법무법인 지평이 2021년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로펌이 모두 7곳으로 늘어났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두로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지평 등 7대 로펌의 매출을 더하면 약 2조 9,000억원에 이른다. 또 10대 로펌의 전체 매출은 약 3조원. 10대 로펌의 매출 3조원은 2019년 매출 기준 6조원을 돌파한 국내 법률시장의 절반에 근접하는 액수로, 그만큼 한국의 기업법무시장이 고도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송과 국제중재 등 분쟁해결 분야는 물론 조 단위 빅딜만 수십건에 이르는 초호황 M&A 시장과 대형 IPO가 끊임없이 쏟아진 IPO 거래, 저금리에 따른 채권발행 증가 등 로펌의 전통적인 업무분야가 시장을 견인하고, 올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ESG 경영, 지난해 말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 관련 자문 등 새로운 자문수요가 확대되며 로펌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요 로펌들이 2021년 1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김앤장, 율촌, 화우, 광장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로펌 빌딩들의 웅장한 모습.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요 로펌들이 2021년 1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김앤장, 율촌, 화우, 광장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로펌 빌딩들의 웅장한 모습.

코로나 팬데믹에 비대면 사업 등 매출이 크게 늘어난 산업도 있고, 항공 · 호텔업 등과 같이 큰 어려움을 겪는 업종도 있지만, 전 산업을 커버하는 법률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로펌들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일구어낸 것이다. 7대 로펌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대형로펌 출신들이 주도하는 부티크, 중소 전문 로펌들도 지난해 상당한 매출 신장을 이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로펌업계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특수도 있지만, 한국기업의 성장과 함께 법률시장이 한 단계 더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부동의 1위' 김앤장=2020년 9억 8,851만 8,000달러, 우리돈 약 1조 1,367억원(환율 1,150원 기준)의 매출을 올려 전 세계 로펌 중 매출 기준 53위를 기록한 김앤장은 2021년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약 1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 1등 로펌으로서, 의미 있는 소송과 굵직한 자문, 규제 대응 등을 선도한 결과로, 조 단위 M&A 거래만 해도 김앤장은 ㈜디티알오토모티브의 MBK파트너스로부터 두산공작기계 인수(거래규모 2조 4천억원),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Taylor Made Golf Company 인수(2조 1천억원), 이베이코리아의 이마트에 매각(3조 4천억원) 등 10건이 넘는 거래를 수행했다. 또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행사하며 거액의 매매대금을 청구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두산 측을 맡아 원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판결을 받아내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분쟁에서 넷플릭스를 대리하는 등 딜이든 분쟁이든 의미 있는 사건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며 활약하고 있다. 1월 현재 김앤장의 전체 변호사는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약 1,100명. 김앤장은 변호사 수나 매출액에서 한국 로펌업계를 리드하는 맏형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2위 다툼=국세청 부가세 신고 기준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2021년 전년(3,202억원) 대비 14.2% 증가한 3,6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확인했다. 순수 법무법인만의 매출로, 광장은 지난해 성장을 이끈 동력으로 무엇보다도 M&A 시장에서의 활약을 들었다. 넷마블의 글로벌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 인수(거래규모 2조 5,130억원), 베인캐피탈의 보툴리눔톡신 제조업체 휴젤 매각(1조 7,000억원), SK에코플랜트의 EMC홀딩스 인수(1조 3,000억원) 등 조 단위의 딜 자문을 수행사례로 제시했다. M&A 거래 등이 쏟아지며 딜 자문에 강한 광장이 덕을 보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장은 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대리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낸 2조원이 넘는 풋옵션 청구를 막아낸 국제중재팀과 중대재해, 송무, 경찰수사대응팀 등의 균형 잡힌 성장도 최대 성과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은 국세청 신고기준인 지난해 본사 매출은 3,623억원이지만, 국내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사무소 매출을 더하면 3,664억원이고, 특허법인을 더하면 지난해 3,857억원의 매출을 올려 김앤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특허 · 해외 매출을 포함한 3,857억원은 전년보다 10%(352억원) 증가한 수치로, 변호사 개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꼽히는 국내 변호사 1인당 매출액(8억 3,700만원) 역시 3위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2위를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중국 북경과 상해, 홍콩, 베트남의 하노이, 호치민시티, 싱가포르, 두바이,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모두 9곳에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수행한 주요 딜로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먼저 들고,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외에도 어피니티의 잡코리아 인수,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 무신사의 스타일쉐어/29CM 인수, 카카오의 크로키닷컴(지그재그) 인수(매각 대리),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매각 등 플랫폼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고 소개했다. 태평양은 IPO 거래에서도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에스디바이오센서, 현대중공업, HK이노엔, 케이카, 카카오페이 IPO에 자문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태평양 송무팀의 승소사례 중에선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의 취소청구 승소와 고정OT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먼저 소개된다.

◇세종의 약진=김앤장, 광장, 태평양에 이어 매출 기준 '빅 4'를 형성하는 4위 로펌은 해외사무소 포함 지난해(2021.2.1~2022.1.31.) 2,780억원의 매출을 올린 법무법인 율촌이다. 율촌은 회계연도가 2월 1일 시작한다. 특히 율촌은 외국변호사 60명을 포함해 전체 변호사가 420명으로 변호사 수 기준으로는 5번째 규모이나 매출은 이보다 앞선 4위를 기록, 주목을 받고 있다. 율촌은 지난해 매출 증가와 관련, "율촌이 전략적으로 집중했던 중대재해, 금융규제, 데이터, ESG, 에너지 등의 신산업 분야를 비롯해, 조세, 공정거래, 기업자문, M&A, 민형사 등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에서 골고루 성장세를 보였다"며 "특히 송무 사건에서 높은 승소율을 보이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톱 5' 중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율촌에 이어 매출 기준 5위를 마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으로, 세종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4%(438억원) 증가한 2,701억원(해외법인 포함)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M&A, IP, 노동, 송무, 형사 분야 등 전통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ESG, 중대재해, 온라인 플랫폼, 핀테크, ICT,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도 성과가 컸다는 설명. 세종은 세기의 소송이라 일컬어지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분쟁에서 SK브로드밴드를 대리해 지난 6월 1심에서 승소했으며, 한국릴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약가인하 손배소에서도 한미약품을 대리해 최종 승소했다. 또 스카이72의 골프장 부지 무단 점유에 대한 토지인도소송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대리해 승소하고, M&A 분야에서도 처브그룹의 한국 라이나생명 인수,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 합병, GIC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인수, 쌍용자동차 M&A 매각, 베어링PEA의 로젠택배 매각 및 SK그룹이 15년만에 SK서린빌딩을 재매입하는 부동산 인수 등에 자문했다. 

세종의 약진은 특히 1년 전 오종한 변호사가 매니징파트너로 선임되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일구어낸 비약적인 결과여서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오 대표 취임에 이어 40대 변호사들을 경영위원으로 대거 선출하며 적극적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세종의 중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억 돌파' 화우, '1,000억 돌파' 지평=정진수 대표변호사가 총괄대표를 맡아 수년 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법무법인 화우는 2021년 법무법인 매출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법인과 특허법인 매출을 포함하면 2,155억원으로 성큼 늘어난다. 소송과 자문, 규제 대응 등 각 부분에서 골고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화우는 지난해 8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우리은행 전 경영진에게 내려진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와 3개월의 감봉요구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또 라임펀드 사태 등 부실 펀드 관련 금감원 제재 대응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연골유래세포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실제 제조 · 판매 과정에서는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로 바꿔치기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터진 이른바 '인보사 사태'의 후속 분쟁에 대응해 형사 무죄, 연구비 환수 취소 판결과 함께 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도 "인보사 관련 세포 바꿔치기 및 안전성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는 판단을 받아냈다. 화우는 자문 쪽에서도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거래를 수행하고, 네이버웹툰을 대리해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 기업인 문피아를 인수하는 거래를 수행했다.

'국내 7위'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해 1,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로펌 중 가장 많은 수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하는 로펌으로서 해외법인을 포함한 매출은 1,100억원에 근접하는 규모. 지평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이제 7대 로펌에 들려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6대 로펌에 들려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결과가 되었다.

지평 또한 꾸준히 인재를 영입하며 송무와 자문 양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결과로, 지평은 "건설 · 부동산, 공정거래, 금융, 노동, IPO, M&A, 기업소송 등 주요 분야에서 고객인지도가 높아지고 주요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 ESG, 중대재해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전문성도 성장에 한 몫을 담당하였다"고 설명했다. 지평은 지난해 11개 제강사 담합사건에서 2개사 무혐의 승전보를 시작으로 이통사의 이윤압착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 등 공정거래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를 냈으며, 노동 분야에서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소송 승소 등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애경산업을 대리해 펌핑치약 상표 소송에서 승소하고, 금융회사들 간의 대형 ABCP 소송에서 전부 승소하는 등 소송 분야에서도 약진했다. 부동산 자문에서도 리츠 공모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19조원)이 모인 SK리츠와 역대 2번째 증거금인 10.7조가 모인 NH올원리츠 자문을 수행하고, 판교 에이치스퀘어 매입 등 많은 거래를 수행히며 로펌 중 2위를 마크했다. IPO 분야도 지평이 매년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는 분야로, 지난해 싱가포르 제약사 상장 등 한국 로펌 중 가장 많은 IPO 거래에 자문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