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상대방도 모른 채 중도금, 잔금 일자 등 논의 없이 가계약금 지급…위약금 청구 불가"
[민사] "상대방도 모른 채 중도금, 잔금 일자 등 논의 없이 가계약금 지급…위약금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2.02.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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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매매계약 체결 인정 곤란"

부동산을 사고 팔거나 임대차를 할 때 가계약을 맺고 가계약금을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했으나 이후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매도인이 가계약금을 반환한 경우 매수인이 가계약금에 추가해 매도인을 상대로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법원은 가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음은 물론 서로 상대방 인적 사항도 모르고, 중도금, 잔금의 액수와 일자, 지급방법 등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매매계약 체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은 증거금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A씨는 2019년 8월 14일 공인중개사 B씨가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올린,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2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에 대한 매물정보를 보고, B씨에게 연락해 6억 2,000만원에 이 건물을 매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후, B씨의 권유에 따라 가계약금 2,000만원을 건물의 소유자인 C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 C씨는 이에 앞서 이 건물 1층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에게 희망가를 6억 5,000만원으로 하여 건물의 매도에 관한 중개를 의뢰했다. C씨는 그러나 2019년 8월 17일경 B씨에게 전화해 매매대금을 A씨가 제시한 매수희망 가격인 6억 2,000만원으로 하면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매매차익 확보가 얼마 되지 않으므로 매수인이 사무실집기를 인수하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으로 최대한 매매차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매대금을 7억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B씨는 이와 같은 C씨의 의사를 A씨에게 전달하며, 2019년 8월 21일 오전 10시쯤 A, C씨가 중개사 사무실에서 만나 구체적인 매매조건을 정하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에게 매매대금 6억 2,000만원은 이미 합의된 금액이고 C씨의 수익보전을 위한 다른 매매조건이 추가되거나 매매대금이 상향조정된다면 계약할 의향이 없다는 의사만을 전달한 채 중개사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C씨는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아 가계약금으로 받은 2,000만원을 반환하겠다고 내용증명우편으로 A씨에게 통지한 후, 가계약금 2,000만원을 법원에 변제공탁하였고, 그 무렵 A씨는 이의를 유보하고 공탁금을 수령했다. A씨는 "매매계약이 2019년 8월 14일 성립되었는데, C씨가 단순변심을 하여 매매계약을 위반하였음에도 일방적인 계약해제의사표시를 하여 매매계약을 파기한 것이므로, 위약금으로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인 6,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1월 11일 "피고와 원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 매매에 관하여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지급한 2,000만원도 부동산 매매계약의 계약금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2021가단5278859).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피고와 원고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는 물론 가계약서도 작성된 바 없다"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특히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경우 매매계약서에 서명 · 날인을 하여야 비로소 구속력 있는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인의 거래관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개인은 의뢰인으로부터 중개권한만을 수여받는 것이지 매도 및 매수 권한을 수여받는 것이 아니므로, 매매계약에 관한 의사합치는 매매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직접 형성되어야 하는데, 부동산 매매와 관련하여 피고와 원고는 중개사를 통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전달받았을 뿐 직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대면한 적도 없었고(원고와 피고는 2021. 12. 7.자 1회 변론기일에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심지어 원 · 피고는 상대방의 인적사항도 전혀 몰랐다"며 "부동산 매매와 관련하여 2019. 8. 14. 중개사를 통하여 매매대금을 620,000,000원, 계약금을 62,000,000원으로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는 보이나, 이는 차후 만나서 구체적인 매매조건을 정하기로 하고 잠정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매매계약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도금, 잔금의 액수와 일자 및 지급방법, 임대차계약의 상황, 근저당권부 채무의 인수 여부 등에 관하여는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진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2018다223054 등)에 따르면,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 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나중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충분하나, 적어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만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