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고모가 조카 명의 도용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아…조카, 갚을 의무 없어"
[민사] "고모가 조카 명의 도용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아…조카, 갚을 의무 없어"
  • 기사출고 2022.02.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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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비대면거래 본인확인절차 준수했어도 대출계약 무효"

고모가 함께 살던 조카의 명의를 도용해 저축은행 등에서 5,100여만원을 대출받았다. 법원은 조카는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판사는 11월 23일 조카 A(여 · 29)씨가 웰컴저축은행과 OK캐피탈, 예가람저축은행, 한빛자산관리대부 등 4곳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2020가단5069454)에서 "각 대출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무효"라며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각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로윈이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해 2014년 5월경까지 친가 식구인 친할머니, 고모와 함께 살다가 그 이후에는 외가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A씨의 고모인 B(40)씨가 A씨와 함께 지내는 동안 A씨의 나이가 어리고 경제거래 현실을 모르는 것을 이용해 A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하고 A씨 명의 예금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다가, A씨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A씨 명의 대출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2013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A씨 명의를 도용해 피고들로부터 11차례에 걸쳐 5,100여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은 모두 B씨가 사용했다. A씨는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고 B씨를 명의도용 대출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웰컴저축은행은 재판에서 "대출신청인이 유선전화를 이용하여 대출신청을 하였고, 원고 명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본인인증절차를 거친 다음 원고의 실명예금계좌로 대출금을 송금하였으며, 대출 실행 이후에는 원고의 주민등록표초본과 원고의 은행 계좌거래내역을 제출받아 본인확인을 했다"며 "이처럼 철저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실행하였으므로 대출계약은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신 판사는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 나름대로는 금융당국의 업무지침에 따라 비대면거래 시 본인확인절차를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원고 명의 대출신청서 등 서류를 위조하여 대출신청을 하여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대출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비대면 대출계약에서 대출신청서 등 문서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 · 송신되었다고 하더라도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 제11조 등 규정에 따라 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대출신청서가 전자문서법이 규정한 전자문서(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 인증서에 의하여 본인임이 확인된 자에 의하여 송신된 전자문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한 민법 규정과 다른 법리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또 "B가 원고 명의 예금계좌를 사용하였고, 피고 주장처럼 B가 원고 명의 예금거래 내역, 원고의 신분증 사본, 원고의 주민등록표초본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B에게 원고를 위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대출계약은 B가 원고를 대리하여 체결한 것이 아니라 원고 명의를 도용하여 자신이 원고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체결한 것이므로, 민법 제126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는 2021년 2월 사기와 사문서위조 ·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징역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