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고려인 할머니 둔 손녀도 재외동포…비자 변경 허가하라"
[행정] "고려인 할머니 둔 손녀도 재외동포…비자 변경 허가하라"
  • 기사출고 2021.12.2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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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직계비속 범위 제한 없어"

고려인 할머니를 둔 러시아 국적 여성이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가 불허되자 소송을 내 승소, 한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국적 여성 A씨는 2019년 6월 1일 단기체류가 가능한 사증면제(B-1)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인천출입국 · 외국인청 안산출장소에 재외동포(F-4) 체류자격으로의 변경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하고 자신과 부친의 출생증명서 사본과 번역본을 제출했다. A씨는 할머니가 고려인이어서 자격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재외동포 비자를 받게 되면 3년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고, 이를 연장할 수도 있다. 게다가 2년 이상 체류한 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영주권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산출장소가 'A씨가 제출한 각 출생증명서에 할머니만 고려인으로 되어 있고, 부모와 A씨 본인은 러시아 자치공화국의 하나인 부랴트인(人)으로 기재되어 있어 A씨가 재외동포의 직계비속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A씨에게 출생증명서 등 재외동포 입증자료에 러시아 주재 한국 영사의 확인을 받아 제출할 것 등의 보완을 요구하자 A씨는 '보완기간 내에 보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그 후 A씨는 대전 중구에 있는 빌라로 거소를 옮기고, 안산출장소로부터 요구받은 재외동포 입증자료에 대한 보완 없이 기존에 제출했던 각 출생증명서를 그대로 첨부하여 대전출입국 · 외국인사무소에 재외동포(F-4) 체류자격으로의 변경허가를 다시 신청했으나, '동포 입증 불가(부모 모두 부랴트인)'라는 이유로 거부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2020구단1037)을 냈다.

대전지법 이창경 판사는 9월 16일 "원고의 부친의 출생증명서에는 원고의 조모가 고려인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출생에 의하여 한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사람(한국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직계비속(손녀)'으로서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의 외국국적동포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체류자격변경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피고는 원고 본인과 부친의 각 출생증명서에는 원고의 조모 외 조부, 부모, 원고 본인 모두 부랴트인으로 기재되어 있어 원고가 외국국적동포의 직계비속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2호는 직계비속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 재외동포법 시행령(2019. 7. 2. 대통령령 제29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호가 '부모의 일방 또는 조부모의 일방이 한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조부모의 일방이 한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으로서 외국국적동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외동포법 시행령 3조는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사람(한국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1호)'과 '1호에 해당하는 사람의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2호)'을 외국국적동포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유근성 변호사는 12월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 개최한 '2021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법률구조 대상을 받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한 해 동안 공단이 처리한 사건 중 법리적 가치가 높거나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사건을 대상으로 매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