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친부모 살아있어도 외조부모가 외손주 입양 가능"
[가사] "친부모 살아있어도 외조부모가 외손주 입양 가능"
  • 기사출고 2021.12.24 08: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합] "자녀 복리 최우선적 고려해야"

친부모가 살아있더라도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월 23일 A씨 부부가 외손자를 입양하겠다며 낸 입양허가 청구사건의 재항고심(2018스5)에서 이같이 판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입양을 허가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 부부의 딸 B씨는 고등학생 때 C군을 임신하고, C군의 친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한 후 C군을 출산했다. 그러나 B씨는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였고, B씨가 C군의 친권 · 양육자로 지정됐다. 

C군이 7개월 됐을 무렵 B씨는 A씨 부부 집에 C군을 두고 갔고, 그때부터 A씨 부부가 외손자인 C군을 키워 왔다. A씨 부부는 "C군이 친부모와 교류가 없고 자신들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고 있다"며 C군의 입양을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C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어, A씨 부부가 C를 입양하면 외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 현재 상태에서 A씨 부부가 C를 양육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며 A씨 부부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하자, A씨 부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C군의 친부모는 외조부모의 입양에 동의했다.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며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합의 등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 · 영속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며 "그 밖에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 · 형량하여, 개별적 · 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심리와 비교 ·  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며 "조부모가 부모 · 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대법관은 이에 대해, "친생부모가 생존하는 경우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허가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재항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히고, 조부모 입양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과 고려 요소를 상세하게 제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