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명의 도용당한 형식상 주주 2차 납세의무 없어"
[조세] "명의 도용당한 형식상 주주 2차 납세의무 없어"
  • 기사출고 2021.11.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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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법무사가 본인 확인 안 받고 조립도장 날인, 주식인수증 등 작성"

체납법인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아니라 단지 주주명의를 도용당한 데 불과한 형식상 주주는 과점주주로 볼 수 없어 2차 납세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9년 1월 건물 건설업, 인테리어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B사는 2020년 3월 17일 당시 가산세와 가산금 포함 2019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 5,000여만원, 2019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 2,100여만원과 1,400여만원, 2019년 귀속 갑종 근로소득세 99만여원을 체납하고 있었다. 이에 세무서가 A씨를 B사의 과점주주로서 위 체납세액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A씨에게 그 주식 비율에 따라 2019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 4,900여만원, 2019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 2,100여만원과 1,300여만원, 2019년 귀속 갑종 근로소득세 98만여원을 부과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A씨는 B사의 설립 당시 발행주식 1만주 중 9,900주(99%)를 소유한 주주와 사내이사로 등재와 등기되었다. 

A씨는 재판에서 "C씨가 슈퍼카 판매와 튜닝 사업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하며 대표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여 대표자 선임에 필요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였는데, B사를 실제 설립한 D씨가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건네 받아 다른 사업목적의 법인인 B사의 대표자로 원고를 등기하고, 나아가 원고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주식인수증과 주주명부를 위조 · 행사하여 원고를 과점주주로 등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명부상 명의를 도용당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것.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9월 7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는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에 따른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다"며 "원고에 대한 각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0구합87852).

재판부는 "원고는 B사의 과점주주로서의 명의를 도용당하였거나 그 주주 명의가 차명으로 등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2019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에 의하여 부과된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 원고가 주주로 등재된 B사 발행주식 9,900주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과점주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D씨는 법무사에게 B사의 설립등기 신청 업무를 의뢰하였는데, 설립등기 신청 당시 제출된 서류로서 A씨가 B사의 발기인 중 1인으로 기재된 B사의 정관, 주식발행사항 동의서, 주식인수증, 발기인총회 의사록 등은 법무사가 A씨의 이름을 새긴 조립도장으로 날인한 것이고, A씨가 과점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B사의 주주명부도 법무사가 A씨의 이름 옆에 B회사 인감도장을 날인한 것으로, 법무사는 D씨로부터 A씨의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고 A씨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개인 공인인증서를 통한 승인까지 이루어지자 D씨의 대리권을 신뢰하여 A씨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서류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B사의 발행주식 납입금 보관 증명서류인 금융기관 잔고증명서는 D씨가 그 지인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이므로, 원고가 실제 이 주식의 인수금을 납입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슈퍼카 관련 사업이 무산되었음을 알게 되자 2019년 2월경부터 C, D에게 B사를 폐업하거나 자신을 대표자에서 제외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D는 B사의 사업자등록 업종을 인테리어 건설업으로 변경하고, 자신의 지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으며, C를 감사에서 해임하면서 자신의 부친을 감사로 선임하는 변경등기를 마쳤는데, 원고의 폐업 요청에 대해서는 리스차량 이전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B회사의 실질 주주로서 회사의 해산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각 부과처분에 따른 납부통지서를 송달받자 2020년 3월 2일 D씨에게 전화하여 위 체납세금의 해결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D씨는 자신이 B사의 실질적 운영자로서 체납세금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한 후 회사를 정리할 것이라고 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D씨는 A씨가 고소하자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