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한옥에 에어컨 설치하다가 도시가스 배관 건드려 화재…설치업자 책임 70%"
[손배] "한옥에 에어컨 설치하다가 도시가스 배관 건드려 화재…설치업자 책임 70%"
  • 기사출고 2021.11.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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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에어컨 설치 의뢰한 임차인은 책임 없어"

한옥주택 임차인의 의뢰로 에어컨을 설치하다가 도시가스 배관을 건드려 화재를 낸 에어컨 설치업자가 손해의 70%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영아 판사는 10월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옥주택의 소유자인 A씨가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임차인 B씨와 에어컨 설치업자 C씨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단5181606)에서 C씨의 책임을 70% 인정, "C는 A에게 2,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차인 B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2020년 3월 A씨로부터 한옥주택을 임대해 한 달 뒤인 4월 이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 · 사용해 온 B씨는 A씨의 동의를 받아 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C씨에게 그 작업을 의뢰했는데, C씨의 직원이 에어컨 실외기를 연결하기 위한 배관 공사를 위하여 벽 뚫는 기계인 건식코어를 사용해 벽에 구멍을 뚫던 중 기계가 도시가스 배관과 충돌하여 불꽃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벽 내부 목재 등이 불에 타고 기와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A씨는 2020년 11월경 3,200여만원을 들여 화재로 인한 보수공사를 완료한 후 B와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에어컨 설치 공사를 의뢰받아 벽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는 경우 위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구멍을 내는 벽의 안팎을 살펴 벽을 뚫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는지 확인하여 안전하게 작업할 주의의무가 있고, 여기에는 이 사건과 같이 구멍을 내는 높이 부분에 화장실 위쪽으로 연결된 배관이 드러나 있는 경우 위 배관이 무엇이고 어디로 연결되는지 등을 확인하여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배관 등이 문제되지 않도록 작업할 의무가 포함된다"고 지적하고, "C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C나 그 직원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바, 화재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C(직원 포함)의 과실로 발생하였고, C는 화재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구멍이 뚫리는 벽 반대편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구멍이 있는 높이 부분의 화장실 바깥에는 화장실 위쪽으로 연결되는 배관이 드러나 있었다.

C씨는 구멍 낼 위치를 A씨가 정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원고가 화장실 쪽 벽에 구멍을 내라고 요구한 것 외에 벽에서 구멍을 뚫을 위치까지 특정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설령 위 주장대로 원고가 구멍을 낼 위치를 지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에어컨 설치업자인 C가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 부담하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고, C가 위와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이상 화재는 여전히 C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고, C는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다만, "원고는 이 주택의 리모델링 공사나 그 이후 외부 화장실 증축공사를 한 당사자로서 도시가스 배관의 위치 등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보임에도 실외기 연결을 위한 구멍을 화장실 쪽 벽에 내도록 요구하면서 도시가스 배관에 관한 사항을 고지하거나 이에 관한 주의를 환기한 바 없다"며 C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김 판사는 임차인 B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B가 C에게 에어컨 설치작업을 의뢰한 것은 도급에 해당하는데, 수급인은 도급인으로부터 독립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C나 그의 직원은 B의 피용자라고 할 수 없다"며 "B는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C가 에어컨 설치작업에 관하여 제3자인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민법 제757조)"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호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