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이혼소송 중인 아내 원룸 몰래 침입해 불륜 현장 촬영한 남편 유죄
[형사] 이혼소송 중인 아내 원룸 몰래 침입해 불륜 현장 촬영한 남편 유죄
  • 기사출고 2021.11.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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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성적 수치심 유발"

A(53)씨는 아내인 B(46)씨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가자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해 B씨를 미행하여 B씨가 거주하는 울산 남구에 있는 원룸 건물을 알아냈다. A씨는 2020년 8월 16일 오전 6시 40분쯤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건물 베란다를 통해 B씨의 원룸에 몰래 들어갔고, B씨와 다른 남성 C(51)씨가 속옷만 입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끌어안고 있는 불륜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약 5초간 촬영하고, 이를 제지하는 C씨와 B씨를 발과 주먹으로 때려 각각 전치 약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과 상해 혐의는 유죄로 보면서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2021노802)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황운서 부장판사)는 그러나 11월 5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도 유죄라며 1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을 더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 공포 · 무기력 ·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표출된 경우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적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을 느낄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 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하여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촬영한 대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 개별적 · 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안과 관련, "피고인은 2020. 8. 16. 06:40경 휴대전화기의 동영상 촬영기능을 미리 켜놓은 채 베란다를 통해 주거에 침입하였는바, 당시의 계절과 시각, 주거의 형태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아직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내밀한 옷차림으로 함께 있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피고인은 침입 직후 C가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상태이고 B가 속옷만을 입은 채 밀착하여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계속하여 촬영을 감행했다"고 지적하고, "B의 경우 비교적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싸긴 하였으나 어깨끈으로 이루어진 흰색 속옷을 입은 상반신 일부와 무릎 이하 맨다리가 그대로 촬영되었고, C의 경우 팬티만 착용한 전신이 촬영된 점, B는 피고인이 촬영하고 있음을 안 직후 자신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을 이불로 덮으며 촬영을 회피하였는바, 피고인과 장기간 혼인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이미 한 달가량 별거 중인데다 피고인도 그 무렵 위 피해자를 상대로 이혼의 소를 제기한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각에 이루어진 피고인의 지극히 비정상적인 침입행위 및 C와 함께 내밀한 공간에 함께 누워 있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위 피해자가 수치스러움과 공포감을 느끼기 충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더욱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몸을 감싼 이불을 들춰내려고 시도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C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이 노출된 정도를 고려할 때 그 촬영행위가 위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으리라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고, 이러한 노출은 오로지 피고인이 저지른 대단히 비정상적인 침입행위에 이은 촬영행위로 유발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