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11년간 학업 매진한 몽골인 유학생에 체제경비 증명 미비 이유 체류기간 연장 불허 위법"
[행정] "11년간 학업 매진한 몽골인 유학생에 체제경비 증명 미비 이유 체류기간 연장 불허 위법"
  • 기사출고 2021.10.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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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재정능력 쉽사리 부인할 것 아니야"

취업 활동 없이 11년 동안 학업에 매진한 몽골인 유학생에게 체제경비 조달 증명 미비를 이유로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9월 2일 몽골인 유학생 A(여)씨와 그의 아들이 "체류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목포출장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11197)에서 이같이 판시,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는 2009년 10월 16일 단기연수(D-4-1)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후 유학(D-2) 체류자격으로 변경해 한국에 체류하며 국립대 학사 ·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민법 전공)에 입학해 2021년부터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A의 아들은 2019년 4월 한국에서 A의 자녀로 출생하여, 동반(F-3-1) 체류자격을 얻어 체류하고 있다. 그러나 A와 아들은 2020년 7월 목포출장소에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신청했으나, A는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요건 미충족(체류경비 등)'을 이유로, 아들은 '모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는 11년이 넘는 기간 계속하여 한국의 국립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며 외국인임에도 각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기간 내에 각 과정을 졸업하거나 수료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A는 11년여간 위와 같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 능력을 유지하여 왔었던 것으로 보이며, 위와 같은 학업 성취 정도에 비추어 볼 때 그 공부 기간이 불법 취업 등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A가 그동안 불법 취업을 한 내역이나 그러한 불법 취업의 대가로 얻은 소득 내역 등이 기록상 별달리 드러나지 않는 이상, 11년여간의 학업 기간에 대한 체제비는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이 본국에서 조달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나아가 A는 위 학업 기간 중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은 적도 있었으므로, 이 또한 체제비 조달의 한 방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편 A의 계좌내역에 의하면 일부 기간에 통장 잔고의 상당한 변화가 보이기도 하나, 일부 잔고 변화는 원고의 부친의 병원비 · 치료비 등 지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잔고 변화도 그 입출금의 내역과 상대방이 다양하고 잔고 변화 전후에도 생활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잔고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들만으로 그 재정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A가 위 11년여간의 학업 기간에 걸쳐 유학생활을 실제로 유지하여 온 점을 도외시하고 그 재정능력을 쉽사리 부인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령 A가 체제경비 본국조달 증명 및 잔고 증명에 있어 일정 부분 미비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A가 별다른 취업활동 없이 오랜 기간 학업에 매진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이상 그러한 체류가 법무부 '외국인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러한 증명 미비의 사정만으로 그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한다면 이는 A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 불허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2015두48846  등)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체류기간 연장허가는 신청인에게 당초의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므로, 허가권자는 신청인이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 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참작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할 때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또는 비례 ·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으로서 위법하다.

'외국인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은 수도권 소재 대학은 연간 2만 달러 이상, 그 외 지역은 1만 8,000달러 이상을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체재비 인정기준으로 정하고, 그 재정능력 입증서류로서 본인 명의 통장 잔고증명서와 통장 입출금 내역서 등을 제출하거나 본국으로부터 체재비용을 지원받는 경우 그 내역을 소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