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영하 6도 추위에 야외 공공근로하다가 심근경색 사망…산재"
[노동] "영하 6도 추위에 야외 공공근로하다가 심근경색 사망…산재"
  • 기사출고 2021.10.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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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도한 업무로 기존 질병 악화"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이 최저기온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공공근로를 하다가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9일 공공근로 중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숨진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37687)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한진이 상고심에서 원고를 대리했다.

30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고 2014년 7월 전역한 뒤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A씨는 공공근로사업인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 사업'에 참여한 첫 날인 2017년 3월 11일 08:00경부터 11:50경까지 철원군에 있는 임야 작업장에서 소나무 천공작업을 하고, 11:50경부터 12:30경까지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위 작업장으로 이동하던 중 임야 경사지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A씨의 직접사인은 무산소성 뇌손상, 무산소성 뇌손상의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그날 철원군의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이에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가 공공근로사업에서 담당한 업무는 천공기를 이용하여 소나무의 무릎 높이 이하 위치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과 약제 주입 작업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산지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상 약 9㎏ 무게의 천공기(예초기 엔진)를 등에 메고 현장을 이동하여야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고혈압, 당뇨, 협심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2016년 건강검진결과 혈압과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 경계에 해당할 정도로 위 질환들이 관리되고 있었고, 사망 당일 B씨의 업무가 신체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가 당시 A씨가 수행한 근로의 강도가 과중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는 2017. 3. 11.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최저기온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 경사가 있는 산지에 무거운 천공기를 등에 메고 올라가서, 오전 8시부터 11시 50분경까지 약 4시간 동안 계속해서 위 천공기를 등에 멘 채로 소나무의 무릎 높이 이하 위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작업은 평소 좌심실 구혈률이 40%로 유지되고 있던 A에게 상당한 과로 또는 스트레스를 야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결국 A가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A의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 A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