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7세 한국 아동 여권 영문명, 현지 공부상 표기로 변경 허용해야"
[행정]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7세 한국 아동 여권 영문명, 현지 공부상 표기로 변경 허용해야"
  • 기사출고 2021.09.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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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여권법 시행령상 변경사유 인정

한국 부모 소생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 국적 7세 아동의 여권 영문명 표기를 현지 공부상 표기로 변경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과 다른 로마자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에 해당,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2호의 로마자성명 변경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8월 20일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의 A(7)가 "여권의 로마자성명 중 'SEONHOU'을 프랑스 출생증명서상 로마자성명인 'JOSHUA'로 변경해달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81328)에서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는 2019년 8월 외교부장관에게 여권 로마자성명 '○○○○, SEONOU SEONHOU'을 프랑스 출생증명서상 로마자성명인 '○○○○, SEONOU JOSHUA'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2011년경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계속 거주하다가 A를 출산한 A의 부모는 프랑스 행정기관에 A의 출생을 신고하면서 로마자 성명을 '○○○○, SEONOU JOSHUA'으로 표기하고, 2014년 9월경 최초의 여권 신청 시에도 로마자 성명을 이와 같이 표기했다. 그러나 외교부장관의 여권 발급업무를 대행한 서울 종로구청장은 이 표기가 로마자표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로마자 이름을 '○○○○, SEONOU SEONHOU'로 하여 여권을 발급했다.

A는 "부모가 프랑스에서 원고의 이름을 'SEONHOU'가 아닌 'SEONOU'로 하여 출생신고를 한 것은 불어에서는 H가 묵음이어서 불어문화권에 생활하기에는 'SEONOU'가 더 적합한 로마자음역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며 "출생 후 계속 프랑스에서 거주하다 2020년 9월경 같은 불어권인 벨기에로 이주하였는데, 출생 후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 거부처분 당시까지 5년여 동안 여권 성명과 프랑스 현지 공부상 성명이 달라 초등학교 진학과 전학, 공항이용 등 생활에서 큰 불편과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 벨기에에서도 그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로마자변경 사유, 즉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과 다른 로마자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하여 그 로마자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원고는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 '○○○○, SEONOU SEONHOU'와 다른 로마자성명 '○○○○, SEONOU JOSHUA'를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하여 그 로마자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4. 7. 15. 프랑스에서 출생한 후 이 사건 처분일인 2019. 8. 30.까지 5년 이상 프랑스에서 거주하면서, 프랑스에서 출생 신고한 이름인 '○○○○, SEONOU JOSHUA'를 사용하였고, 프랑스 행정기관은 위 로마자성명으로 원고의 출생증명서, 체류증을 발급하였으며, 원고가 2019년경 입학한 프랑스 공립초등학교의 학적부에도 위 로마자성명이 기재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후인 2020. 9. 벨기에로 이주하면서 벨기에 공립초등학교로 전학을 하였는데, 종전 프랑스 학교의 기록이 이전됨에 따라 벨기에 학교의 학적부에도 성명이 '○○○○, SEONOU JOSHUA'으로 기재된 결과, 원고는 현재 벨기에에서 불일치하는 두 로마자성명의 혼재로 생활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2호의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과 다른 로마자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에는, 취업이나 유학뿐 아니라 원고와 같이 국외에서 출생하여 성장하는 등 국외에서 사회생활상 관계가 장기간 형성된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와 같이 국외에서 출생하여 성장한 아동의 경우, 그 나이가 어려 '유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재학기간이 짧다 하더라도 이미 출생 후 입학 전까지 수년간 국외 사회공동체 생활에서 해당 로마자성명으로 불리며 다방면으로 관계를 맺었을 것이므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할 때 이를 성인이나 유학기간이 긴 청소년 등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 규정(제10조, 제34조)과 (우리나라가 가입하여 1991. 12. 20.부터 발효 중인)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의 원칙에 입각하여 볼 때, 원고의 로마자성명 변경사유가 인정됨에도 피고가 그 신청을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원고가 입을 불이익에 비하여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3조에 의하면, 행정당국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당사국은 아동복지에 필요한 보호와 배려를 아동에게 보장하고, 이를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 행정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