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상관 명령으로 출장 중 교통사고 냈는데 퇴직급여 제한 위법"
[행정] "상관 명령으로 출장 중 교통사고 냈는데 퇴직급여 제한 위법"
  • 기사출고 2021.09.0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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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공무원연금법상 감액 제외사유"…구청 운전원에 승소 판결

상관의 출장명령에 따라 청소용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폐목처리 업무를 하고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구청 운전원에게 퇴직급여와 퇴직수당 1/2 제한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 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7월 23일 서울에 있는 한 구청의 운전직 공무원인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84419)에서 이같이 판시, "퇴직급여와 퇴직수당 일부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상관의 출장명령에 따라 구청 소유의 20.1톤 청소용 암롤트럭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폐목처리 업무를 마친 후 구청으로 돌아오던 2019년 3월 2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수락고가 앞 동부간선도로를 시속 약 40㎞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차로를 변경할 수 없는 백색 실선 구간의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 2차로에서 A씨와 같은 방향으로 직진 중이던 B(48)씨가 운전하는 SM7 승용차의 왼쪽 뒤 범퍼 부분을 화물차의 오른쪽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SM7 승용차가 그 충격으로 180도 회전하면서 왼쪽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어 그 중앙분리대가 반대편 1차로로 밀리면서 C(36)씨가 운전하는 K7 승용차의 왼쪽 앞 범퍼 부분을 들이받아 B씨가 전치 약 2주의 견쇄관절의 염좌와 긴장 등의 상해를, SM7 승용차의 동승자인 여성 2명(46세, 72세)은 각각 전치 약 6주의 경추의 염좌 등의 상해와 전치 약 12주의 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있었다. K7 승용차의 운전자인 C씨도 전치 약 2주의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2019년 8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이 확정판결로 인해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당연퇴직한 A씨는 2020년 4월 공무원연금공단에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을 청구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각 1/2을 제한하여 지급한다는 처분을 내리자 A씨가 "사고 발생 경위에 비추어 공무원연금법 65조 1항 1호의 급여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공무원연금법 65조 1항 1호는 직무상 관련이 있는 과실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퇴직급여 등을 감액하지만, 예외적으로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에게 비난가능성이 적으므로 감액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원고의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던 중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1호의 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퇴직급여 등을 일부 감액하여 지급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 일부 제한 처분은 이 사고와 관련하여 퇴직급여 등 제한사유에 관한 공무원연금법 규정을 잘못 해석 · 적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원고가 상관의 출장명령에 따라 청소용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폐목처리 업무를 하고 다시 복귀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원고의 소속 상관이 원고에게 한 위 출장명령은 청소용 화물차량에 폐목을 싣고 파주시에 있는 하치장에 처리한 후 복귀하라는 비교적 단순 · 명확한 내용이고, 그 외에 특별히 주어진 다른 업무는 없었는바, 위 업무의 구체적 내용, 원고의 지위 등을 감안할 때 그 업무수행에 부여된 재량의 폭은 크지 않아 보이고, 단지 차량의 운전 과정에서 운전자로서의 재량이 있다고 하여 위 출장명령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거나 그 업무수행상 재량의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에게 차로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 구간에서 차로를 변경한 과실이 있기는 하나, 이것이 그 자체로 위 직무명령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원고가 달리 위 출장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경로를 벗어났다거나, 개인적 용무를 보는 등으로 직무와 관련 없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1호는 공무원이 퇴직한 뒤 그 재직 중의 근무에 대한 보상을 함에 있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나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공무원과 성실히 근무한 공무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측면과 아울러 위와 같이 보상액에 차이를 둠으로써 공무원범죄를 예방하고 공무원이 재직 중 성실히 근무하도록 유도하려는 데 입법목적이 있는데, 원고와 같이 재량의 여지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다가 과실로 범죄에 이른 경우에까지 이를 확대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공로보상 내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 퇴직급여 등의 성격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물론 원고가 운전 담당 공무원으로서 업무수행 시 교통법규를 지켜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이고, 사고의 경위,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으나,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1호의 감액 제외사유 규정은 공무원이 범한 범죄가 직무관련 범죄인지, 고의범 혹은 과실범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05헌바33)의 취지에 따라 신설된 것인바, 그러한 법률조항의 신설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이 사건 범죄가 기본적으로 과실범인 점, 운전 담당 공무원의 교통 관련 범죄라고 하여 특별히 달리 볼 규정도 없고, 이 부분 감액 제외사유가 단순히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로서, 직무명령 수행 중의 과실로 인정될 경우 다시 그 과실의 경중에 따라 제외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된 것도 아닌 점 등을 두루 참작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