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다가구주택 설계도도 창조적 개성 있으면 저작권 보호대상"
[지재] "다가구주택 설계도도 창조적 개성 있으면 저작권 보호대상"
  • 기사출고 2021.08.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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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허락 없이 베낀 건축사 · 건설사에 연대책임 인정

다가구주택 설계도도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으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6월 24일 건축사인 A씨가 "건축 설계도를 무단으로 베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B건설사와 건축사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61981)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 "C씨는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해 1억 4,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사에 대해서도 C씨와 연대하여 위자료 1,000만원을 뺀 1억 3,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A씨는 2013년 11월 1일 B사가 용인시 기흥구에 신축하려는 2개동 6가구의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각 동당 설계비를 900만원으로 정한 설계계약을 맺고, B사에 설계도서를 제작하여 교부했다. B사는 이를 이용해 다가구주택을 신축했다. 이 다가구주택은 가구별로 3개 층에 다락을 갖춘 수직형 복층구조로, B사가 기흥구 다른 곳에 신축하려는 타운하우스의 모델하우스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신축됐다.

B사는 A씨와 설계계약을 맺은 후 3개월쯤 지난 2014년 2월 7일 같은 용인시 기흥구의 104필지에 지으려는 유럽형 타운하우스에 관하여 C씨와 설계비를 4억 2,000만원으로 정해 설계계약을 체결, C씨가 설계도서를 제작해 B사에 교부했고, B사가 이를 이용해 1~3차 총 286가구의 타운하우스를 신축한 후 분양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C씨가 작성한 설계도서는, B사가 A씨가 설계한 다가구주택에 관한 A씨의 설계도서 원본 CAD 파일을 복제하여 C씨에게 제공하고, C씨가 이를 일부 수정하여 작성한 것이어 분쟁이 발생했다.

A는 "피고들이 설계도서에 대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며 B사와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설계도서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저작물로 볼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설계도서 중 지붕의 형태는 가구별로 짧은 평면으로 시작하여 2면의 길이를 달리하는 경사각의 지붕에 콘크리트 슬래브가 있는 형태로서 동일한 경사각으로 이루어진 같은 형태의 지붕이 가구별로 이어져 물결치는 듯한 외관을 형성하는 것을 그 특징적인 요소로 하고 있고, 출입구의 구조는 3가구가 출입문 1개를 공유하고 출입문에 이어진 회랑을 따라 가구별 현관문이 나란히 설치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지붕 형태는 건설교통부 지침 등의 범위 내에서 원고의 개성을 반영하여 독창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위와 같은 출입구 구조도 건물 1동의 출입문은 1개라는 제한을 1개의 출입문에 회랑 형식으로 이어진 구조로 창의적으로 반영시킨 결과라고 보이며, 이러한 지붕 형태 및 출입구 구조는 위 다가구주택 인근 지역의 다가구주택이나 다른 유럽형 타운하우스와도 차별된다"고 지적하고, "원고 설계도서 중 적어도 지붕 형태, 1층 출입문 및 회랑 형태의 구조는 원고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저작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 설계도서와 피고 설계도서는 출입문의 형태나 방향 등 일부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C는 원고 설계도서의 저작권자가 원고임을 알면서도 원고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원고 설계도서의 원본 CAD 파일을 일부 수정하여 피고 설계도서를 작성함으로써 원고 설계도서에 관한 원고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고(저작권법 제2조 제22호에 의하면, 건축물의 경우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는 것은 설계도서의 복제에 불과하다), 피고 회사(B사)도 C의 위와 같은 원고 설계도서에 관한 원고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 침해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약정을 위반하여 무단으로 위 원본 CAD 파일을 C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침해행위를 적어도 과실로 방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원고 설계도서에 관한 2차적저작물 작성권 침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성명표시권 침해도 인정

재판부는 또 "피고 C는 설계도서에 자신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의 명칭을 기재하였을 뿐, 원고의 이름이나 원고가 운영하는 설계사무소 명칭은 전혀 기재하지 아니하였다"며 "C는 원고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도 침해하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저작권법 12조 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 설계도서가 원고 설계도서와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데도 원고의 이름 등을 기재하지 않아 원고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 C의 위와 같은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C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 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며고 지적하고, "기능적 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