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사용기간 안 정했다고 연예인 광고 사진 무한정 사용 불가"
[지재] "사용기간 안 정했다고 연예인 광고 사진 무한정 사용 불가"
  • 기사출고 2021.08.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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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상 초상권 박탈 해당"

연예인이 상품 광고를 위한 촬영계약을 하면서 사진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사진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예인인 A씨는 2016년 6월경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신구의 온라인 판매업체인 B사와 촬영계약을 맺고 장신구를 착용한 상반신 사진들을 2016년 7월 29일부터 2017년 6월 1일까지 9회에 걸쳐 1,000장 넘게 촬영하고 총 405만원을 받았다. 당시 계약에선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과 사용권은 B사에 있고 B사가 해당 상품의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인화, 전시와 출판할 수 있다고 정했다. 또 초상권은 A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촬영본의 제3자에 대한 상업적인 제공과 2차 가공은 불가능하며 상업적 활용과 제3자에 대한 제공이 필요할 경우 상호 협의하여야 한다고 정했으나, 촬영한 사진의 사용기간에 대하여는 정하지 않았다.

A는 이후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와 연예인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11월 B사에 촬영계약의 해지를 통보하는 한편 사진에 대한 사용 허락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사진 사용의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B사가 이를 거부하자 A가 B사를 상대로 "B사의 사진 사용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사진 사용을 중단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월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B사는 이 사진을 B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게재하거나,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과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게재되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와 B사가 맺은) 촬영계약만으로 피고가 사진을 피고의 상품을 광고하는 등 상업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사진을 피고 상품의 광고에 사용하는 등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고와의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데, 그와 같은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사 피고에게 사진의 상업적 사용권한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을 무제한으로 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고, 오히려 6개월 내지 1년으로 정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라고 할 것인데, 장신구는 의류 상품과 달리 교체주기가 길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마지막 사진 촬영일(2017. 6. 1.경)로부터 변론 종결일 현재까지 2년 10개월 가량이 지났는바, 이미 통상적인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은 도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가 해당 상품 판매 기간 동안 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넉넉히 추단된다"며 "(B사의) 사진 사용은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상 원고가 허용하였다는 보이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 1심을 취소하고, A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21일 "촬영계약 문언의 내용과 체계,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피고가 영위하는 사업, 원고와 피고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촬영된 사진의 내용과 구도, 원고가 피고로부터 대가를 수령한 점과 그 대가의 규모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사진을 피고가 판매하는 상품을 광고하는 목적을 위하여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와 이유로 든 사정만으로, 사진의 촬영자이자 공표자인 피고가 원고로부터 사진에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다219116).

대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촬영계약의 내용이 피고가 그의 의사결정에 따라 사진에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의 제한 없이 피고에게 사진의 사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원고의 사진에 관한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원고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에 관한 명시적 약정 내지 그에 준하는 사정의 증명이 있어야 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 촬영계약에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하는 한편, 사용방법을 촬영본의 인터넷 게시, 인화, 전시 · 출판으로 구체화하면서도, 사용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내용을 두고 있지 않고, 피고가 원고에게 사진이 피고 상품의 판매를 위해서 사용된다는 점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더 나아가 그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정까지 고지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달리 그와 같이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진의 피사체가 인격적 존재인 경우 사진은 촬영자의 저작권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피사체의 인격적 법익 즉 초상권의 대상이 되는데, 촬영계약은 초상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따라서 원고가 위 계약 당시 피고의 일방적인 선택에 따라서는 피고가 사진을 기간의 제한 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촬영의 대가로 1회 45만원씩 총 9회에 걸쳐 모두 405만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고가 상당한 금액의 촬영 비용을 사용한 바가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사진의 자유로운 유포로 인하여 초상권의 행사에 현저한 제약을 받게 되는 당사자인 원고가 촬영에 응한 동기 및 경위, 경험과 지식, 경제적 지위, 원고가 촬영한 사진의 공표 범위와 사용 목적 및 원고의 식별 정도, 사진의 내용과 양, 촬영의 난이도 및 촬영기간, 사진이 기간 제한 없이 무제한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원고가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여부, 사진에 나오는 상품 유형의 일반적인 판매수명기간(사진모델 교환 기간)에 관한 거래관행 등의 사정까지 종합하여 보면, 그 사용기간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 사진의 사용기간은 위 각 사정을 반영하여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사진의 사용을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심리 · 판단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진 사용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피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라면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음을 전제로 사진 사용의 전부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에는 초상권 및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