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후순위 자진신고자의 순위 승계와 2순위자로서의 보호
[공정거래] 후순위 자진신고자의 순위 승계와 2순위자로서의 보호
  • 기사출고 2021.06.1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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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충족 못해도 2순위 감면 가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 고시」(이하 "감면 고시") 개정안을 마련하고, 2021. 4. 16.부터 2021. 5. 6.까지 행정예고를 하였다. 개정안은 ①후순위 자진신고자의 1순위 승계요건 불충족시 2순위 감면 혜택 부여, ②추가 감면제도(amnesty plus) 기준의 명확화, ③자진신고 보정 범위의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한다. 본 칼럼에서는 자진신고자 승계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박종하 변호사
◇박종하 변호사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자신의 담합행위를 자진신고하며 조사에 적극 협조한 사업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감면해주는 제도로서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동법 시행령 제35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1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과징금 및 고발조치를 면제하며, 2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감경하고(과징금 감경 50%), 고발조치를 면제한다.

담합 예방, 담합 적발에 기여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사업자간 신뢰를 약화시켜 담합을 해체 · 억제하는 사전적 담합 예방의 역할과 함께 집행기관인 공정위로 하여금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담합의 증거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후적 담합 적발에 기여하는 기능을 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2009두15043 판결). 이러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기능을 고려하여 미국, EU, 일본, 호주 등 60여 나라의 경쟁당국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7년 세계 3번째로 도입하였다.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감면 혜택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즉, 1, 2순위 자진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진신고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며, 자진신고자 감면 여부에 대한 심의 · 의결 절차를 거쳐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 여부를 결정한다.

감면요건 충족해야 선순위 감면 가능

현행 감면 고시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자진신고자가 있는 경우, 선순위 자진신고자의 감면 신청이 인정되지 않으면 후순위 자진신고자가 앞선 자진신고 순위를 자동 승계하게 된다. 이때 후순위 자진신고자는 선순위 감면요건을 충족하여야만 선순위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1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자진신고자의 지위를 승계하며, 2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감면요건도 충족할 경우, 1순위 자진신고자로서의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1, 2 순위 자진신고자 모두가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3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승계하여 감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경우 1순위 지위를 자동 승계하는 2순위 자진신고자가 보강 증거 제출 등의 방식으로 충실하게 조사에 기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면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1순위 자진신고자가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거나 담합을 계속하는 등 위 표의 ③~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2순위 자진신고자는 자동으로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승계하게 되어 1순위 감면 혜택만을 받을 수 있었는데, 2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자진신고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1순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2순위 감면요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2순위 감면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례들이 발생하였다.

1순위 감면요건 중 '자진신고 시점에 공정위가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 있는데(2순위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음), 1순위 자진신고자가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실히 제출하여 2순위 자진신고자가 신고할 때 이미 공정위가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경우에는 2순위 자진신고자가 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경우, 2순위 자진신고자는 자신의 귀책사유도 없이 자신이 알 수 없는 사정에 따라 2순위 자진신고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그 지위가 불안해지고,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개정안은 1순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자동승계하지 않고, 2순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2순위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즉, 2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승계하고 1순위 감면 혜택 요건을 충족할 경우 1순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순위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본래 2순위 자진신고자로서의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행정소송에서도 개정안 취지 고려 예상

자진신고 혜택 부여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자진신고자 입장에서는 조사 협조 등에 대한 유인(誘因)이 약해지므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감면 혜택의 명확한 요건과 혜택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정안의 개정 취지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추후 자진신고자 제도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의 사례에서 2순위 자진신고 혜택을 받지 못한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위 개정안 취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가 감면제도 기준의 명확화

추가 감면제도(amnesty plus)는 특정 담합(A)에 대하여 자진신고하거나 조사받는 사업자가 자신이 가담한 다른 담합(B)에 대하여 추가로 자진신고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B 담합뿐만 아니라 A 담합에 대하여도 과징금을 추가로 감경하는 제도로서 자진신고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추가 감면제도와 관련하여 개정안은 ①추가 감면을 받기 위한 다른 담합(B)에 대한 추가 자진신고는 당해 담합(A)에 대한 조사 개시일/자진신고일 중 빠른 날 이후, 당해 담합(A)에 대한 공정위 심의일 이전에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②추가 감면 액수는 당해 담합(A), 다른 담합(B)의 규모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데, 규모의 판단 기준을 각 담합의 '관련 매출액'으로 하되, 입찰담합의 경우 전체 관련 매출액에서 들러리 사업자들의 관련 매출액은 제외하고 판단하도록 하였다. ③그리고 추가 감면을 받고자 하는 사업자가 추가 감면을 신청하도록 별도의 추가 감면 신청서 및 신청절차를 마련하였다.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할 때 자진신고자는 우선 담합의 개요만을 기재하여 신고할 수 있고, 사후에 세부적인 내용 보완 및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정된 자료는 자진신고한 날짜에 제출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담합은 주로 영업부서의 임직원에 의해 이루어져 경영진이나 법무부서에서는 담합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자진신고를 하려는 사업자가 내부조사 등을 통해 담합과 관련된 증거, 진술 등을 수집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료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단 신속히 자진신고의 의사를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이나 증거자료를 사후에 보완하게 함으로써 자진신고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이다.

자진신고 보정 범위의 제한

개정안은 자진신고 보정 범위와 관련하여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었다. 먼저 A가 B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경우 등 실질적 지배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함께 담합에 가담한 경우에는 A, B 사업자가 공동으로 감면 신청하는 것이 가능한데(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1호 가목, 감면 고시 제4조의2), 한 사업자(A)가 단독으로 감면 신청하였다가 사후적으로 공동(A+B)으로 자진신고한 것으로 보정하는 것을 제한하였다. 이러한 보정까지 허용할 경우, 단독으로 감면 신청하고 조사에 협조해온 사업자에게 다른 사업자가 무임 승차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보정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정안은 당초 자진신고하였던 담합과 '별개'의 담합에 대한 증거 자료를 당초 자진신고의 '보정' 형태로 제출할 수 없도록 하고, 이러한 자료 제출 시점에 별개의 자진신고가 새롭게 이루어 진 것으로 보도록 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보정하여 제출한 자료가 최초 자진신고한 공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보정된 내용에 대해서는 최초 감면 신청일에 보정 자료가 제출된 것으로 보아 조사협조자 순위 판단을 위한 기준일시를 소급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2018누39817 판결), 이러한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감면고시 개정안을 통해 감면 기준이나 절차가 보다 명확해짐으로써 사업자들의 예측가능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자진신고자 승계에 관한 개정안 내용은 2순위 자진신고자를 합리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조사협조의 유인이 증가하는 등 자진신고 제도가 보다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하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jongha.park@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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