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추석 연휴 앞두고 민원 스트레스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보험사 외산차량 보상팀장, 산재"
[노동] "추석 연휴 앞두고 민원 스트레스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보험사 외산차량 보상팀장, 산재"
  • 기사출고 2021.05.19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 존재"

보험회사 외산차량 보상팀장인 A(사망 당시 45세)씨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원업무 등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여 사망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A씨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019년 9월 11일 11:50경 민원인과 통화 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떠난 사무실을 배회하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 12:35경 갑자기 앞으로 넘어지듯 쓰러졌다. A씨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직원에게 발견되어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감정의가 판단한 A씨의 사망원인은 급성심근경색. 근로복지공단이 A씨의 배우자에게 'A씨의 사망은 기존질병인 심근경색증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20구합67933)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5월 13일 "이유 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충정이 원고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평소 기저질환인 심장질환을 잘 관리하면서 2019. 9. 7.까지도 심장에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는데, 사망 며칠 전부터 명절을 앞두고 증가한 민원업무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심근경색의 전조일 수 있는 증상을 보이고도 업무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워 진료를 받지 못하였고, 2019. 9. 11. 사망하기 직전 민원인과 통화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이며 점심식사를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고 지적하고, "고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할 때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2월까지 대전외산센터에서 외산차량 보상팀장으로 근무하였는데, 당시 실적에서 대전외산센터가 전국 11개 외산센터 중 1위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2019년 7월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는 A씨가 2019년 1월부터 근무한 중앙외산센터가 5위로 평가되자 A씨는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토로했다. 중앙외산센터는 102개 유관업체를 관리하고, 이는 전국 11개 외산센터가 관리하는 유관업체의 약 18.3%로 다른 지역 외산센터의 2배 이상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또 "고인의 업무는 면담을 위한 출장이 수시로 발생하고, 출장 이동 중이나 근무시간 외에도 민원전화에 응대하여야 하는 등 업무량과 강도를 조절하기 어렵고, 명절 직전에는 보상이나 민원 관련 업무 처리가 몰림에 따라 고인의 업무강도도 증가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담당자가 처리하지 못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하여 민원인들과 직접 통화하거나 면담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사망하기 전날인 9월 10일에도 보험금 지급 관련 심사 및 결재를 위하여 연장근로를 하였으며, 9월 11일 동료에게 민원인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고 소송 관련 불만을 가진 민원인이 야간에도 전화하여 수면이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운이 없다고 토로했다. 설사가 멈추지 않아 은행 출금업무가 가능한 오후 4시 30분까지 업무를 수행한 다음 병원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보험금에 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대외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민원인과 통화 후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