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계좌번호 알려주고 입금된 돈 전달한 60대 무죄
[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계좌번호 알려주고 입금된 돈 전달한 60대 무죄
  • 기사출고 2021.05.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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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대가 안 받아…보이스피싱 인식 못했을 가능성"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1,30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했다가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6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송금책 역할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 등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식하고 용인하였음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A(63)씨는 2020년 5월 25일 오전 10시쯤 국민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부터 A씨 명의의 농협 계좌에 입금된 1,300만원을 인출해 전달해주면 연 2.9%~6.7%의 이율로 정부지원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 농협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A씨는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가 이 계좌에 입금한 1,300만원 중 400만원을 인출한 후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보이스피싱 전달책에게 건네주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나머지 900만원은 자신의 별도 계좌에서 출금하여 보이스피싱 전달책에게 전달했다. 

이에 앞서 보이스피싱 유인책은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쯤 B씨에게 전화하여 "국민 스타뱅킹 대출담당 팀장이다. 코로나로 인해 저금리 대출을 4,800만원까지 실시하고 있는데, 신용 평점이 조금 모자라니 알려주는 계좌로 기존 대출금 1,300만원을 상환하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B씨로부터 오전 10시 13분쯤 A씨 명의 농협 계좌로 1,300만원을 송금 받았다.

춘천지법  정수영 판사는 그러나 4월 22일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에 보이스피싱을 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단1063).

정 판사는 "피고인은 2020. 5. 25.경 정부지원 대출 문자를 받고 성명불상자와 대출상담을 한 뒤 거래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대출금을 입금 받아 이를 출금하여 전달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를 받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 중 일부만 출금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별도 계좌에서 900만원을 출금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는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자신이 의도한 대출도 받지 못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금원 900만원만 손해보는 것을 용인하였다는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고 달리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를 받은 것이 없는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용인할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성명불상자의 지시내용이 비정상적인 대출 방식으로 이례적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전후의 은행 창구 인출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은행에서 교부하는 주의문건을 잘 살피지 아니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나아가 이 사건 피해자도 피고인과 유사하게 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하여 평점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하라는 지시에 기망당하여 피고인의 계좌로 자금 송금을 하였는바, 고령이고 학력이 낮으며 제1, 2 금융권 대출 경험도 없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지시가 보이스피싱을 위한 기망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출을 받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다른 계좌에서 은행 창구 출금을 하면서 은행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 관련 안내를 받았고 당시 A씨가 작성한 보이스피싱 예방진단표에는 이 사건과 유사하게 '저금리 · 정부지원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 거래실적이 있어야하니 모르는 사람이 입금한 돈을 인출/송금해달라는 전화를 받으셨나요?'는 질문과 '가족 또는 지인에게 전세금 또는 사업자금으로 빌려준다고 한다는 등 은행 직원이 현금인출/송금 목적을 물어보면 위와 같은 사유로 대답하라고 하던가요?'라는 질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사실과 다르게 아니라고 체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